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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권 동산담보대출 악용 늘어…"생산적금융 확대 이면"
입력 : 2026-05-04 오후 3:27:32
 
[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저축은행권에서 동산담보대출을 악용한 대규모 사기 사건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생산적 금융' 확대 기조의 이면에 잠재된 리스크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최근 웰컴·KB저축은행에서 3000억원대 금융사고가 발생하고 당국이 전수조사에 착수하는 등 파장이 확산되는 가운데, 느슨한 담보 관리와 내부통제 공백이 제도 취지를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웰컴·KB, 3000억원대 동산담보대출 사기 포착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웰컴저축은행과 KB저축은행에서 3000억원 규모의 자동차 부품 매출채권 담보 대출 사기 금융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웰컴저축은행은 지난해 11월 자동차 부품 매출채권 담보 대출에서 이상 징후를 확인하며 피해를 인지하고, 금융감독원에 자진 신고했습니다. 대부분 피해가 웰컴저축은행에 집중됐으며, 피해액 중에서 상환이 이뤄지지 않은 금액만도 1000억원 이상으로 파악됩니다. 웰점저축은행은 미상환 금액에 대해 전액 충당금을 쌓았습니다.
 
KB저축은행에서도 같은 유형의 동산담보대출에서 45억원가량의 피해가 확인됐습니다. KB저축은행은 이를 인지하고 지난 1월 금융사고에 따른 손실을 공시했습니다. 금감원 중소금융검사1국은 다른 저축은행에도 유사 사례가 있을 것으로 판단해 79개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전수조사에 착수했습니다.
 
두 저축은행은 경찰에 정식 수사를 의뢰하고, 해당 업체들의 자산을 동결하기 위해 가압류 절차를 진행하는 등 후속 조치를 밝고 있다고 전해졌습니다. 내부적으론 대출 심사 과정 전반을 점검하고, 관계 보험사 관계자도 대출사기에 가담했는지 등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이번 금융사고는 수입차 부품업체 등이 보험개발원의 수리비 견적 시스템(AOS)를 악용해 자동차 사고로 위장된 허위 견적서와 매출채권 서류를 꾸며 수리비를 청구하고,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실행한 이후 상환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뤄졌습니다.
 
통상 자동차 부품업체나 정비업체는 차량 수리를 완료하면서 부족한 자금을 대출받고, 향후 사고 접수 보험사가 대출 취급 금융기관에 수리비 명목의 보험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차환됩니다.
 
저축은행들은 보험사가 지급할 보험금을 믿고 이들이 제출한 허위 서류들을 근거로 이들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최장 6개월 만기의 매출채권 유동화 대출을 실행했지만, 만기 시점을 넘겨 연체가 발생됐습니다. 저축은행들이 보험사에 직접 수리비를 청구했지만 실제 차량 수실 사실이 없어 보험금 지급이 거절되면서 대출 사기를 인지하게 됐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번 금융사고가 동산담보대출 구조를 악용한 사례라는 점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동산담보대출은 △기계·기구 △재고자산 △농·축수산물 △매출채권 △지식재산권 등 기업이 보유한 동산 자산을 담보로 자금을 빌리는 금융상품입니다. 과거 2012년 6월 '동산·채권 등의 담보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당해 8월부터 금융권에 도입돼 담보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자금 조달을 지원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돼 왔습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에서 동산담보대출 사고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중소기업 입장에서 자금 조달에 숨통을 틔우는 금융인데 이렇게 대출사기가 적발되면서 저축은행 업계까지 덩달아 불똥이 튈까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생산적 금융' 활성화 걸림돌…"관리·감독 고도화해야"
 
정부의 강도 높은 부동산 대출 규제로 1·2금융권 전반에서 가계대출과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취급이 위축되자, 새로운 수익성 확보에 나선 저축은행업권이 생산적 금융 대표 상품인 동산담보대출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다만 최근 대규모 사기 사건이 드러나면서 제도 확대 이면의 취약한 리스크 관리가 동시에 부각되는 모습입니다.
 
동산담보대출은 고금리·고물가 장기화로 은행권이 보수적으로 취급한 데다 지방·특수은행이 공급을 줄이면서 지난해까지만 해도 수요가 절벽에 가까웠습니다. 그러나 최근엔 대출 규제를 우회하면서도 아직까지 감시망이 촘촘하지 않은 탓에 틈새 수요로 주목받으면서 일시적으로 취급이 늘었습니다.
 
금융권에 따르면 실제 자동차담보대출을 취급하는 8개 저축은행(OK·웰컴·페퍼·상상인·스마트·키움·키움YES·동원제일)의 동산담보대출 잔액은 지난해 상반기 2조370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5% 증가했습니다. 반면 비슷한 시기인 작년 9월 말 기준 4대 시중은행(KB·신한·하나·우리)의 동산담보대출은 8133억원으로 전년(9012억원)보다 9.75% 감소하며 대조적인 흐름을 보였습니다. 규제 환경 변화에 따라 저축은행권으로 수요가 쏠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난 셈입니다.
 
동산담보대출은 현 정부가 추진하는 생산적 금융 확대 정책과 맞물려 있는 핵심 영역이지만, 현장에서는 내부통제 미비로 인한 부작용이 동시에 노출되고 있습니다. 특히 담보 가치 검증과 사후 관리가 취약한 구조적 한계를 틈타 대출 사기 등 악용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금융권에서는 동산담보대출이 외부 사기에 취약하고 채권 회수 난도가 높은 상품이라는 점을 공통적으로 우려했습니다. 실제 당국도 제도 도입 1년이 지난 2013년, 담보물 관리 부실과 감정평가 역량 부족 등을 문제로 지적하며 활성화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한 바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생산적 금융 확대 기조를 유지하되, 이에 상응하는 관리·감독 체계 고도화가 시급하다고 제언했습니다. 법·제도 측면에서는 일괄담보제 도입 등 기반 정비가 미완성 상태이며, 실무적으로는 가치평가와 담보 관리 인프라가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김한열 한국금융연구원(KIF) 연구위원은 "법·제도 개선이 미완성"이라며 "가치평가와 담보 관리가 어려워 정책적 유인 체계 마련해야 하고, 동산금융정보시스템에 쌓이는 대출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관련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저축은행업권 관계자는 "동산담보대출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관리·감독의 정교함이 부족한 데서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며 "확대 기조에 발맞춰 (동산담보대출 관련) 내부통제와 데이터 기반 관리 체계 구축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위쪽부터) 웰컴저축은행 사옥과 KB저축은행 사옥. (사진=각 사)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
신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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