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희 기자] 금융당국이 오는 5월 5세대 실손보험 출시를 앞두고 기존 1·2세대 가입자를 전환시키기 위한 보험 계약 재매입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재매입이란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보상금을 지급하거나 보험료를 할인해 주는 방식으로, 기존 계약을 해지하고 신규 상품으로 갈아타게 하는 방안입니다. 그러나 당국이 야심차게 내놓은 이 대책은 소비자와 보험사 모두에게 외면받고 있습니다.
가입자들은 보장이 줄어들고, 전환의 실익이 적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1세대는 자기부담금이 거의 없고 보장 범위가 넓어 '갈아타면 안 되는' 좋은 상품으로 인식됩니다. 반면 5세대는 중증 위주의 보장으로 재편되면서 비중증·비급여 보장이 대폭 축소됐습니다.
특히 40대 남성 기준 4세대 실손의 평균 보험료가 1만원 중후반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보다 저렴하게 설계된 5세대 실손의 50% 할인으로는 갈아탈 유인이 적다는 지적입니다. 재매입 방안으로 보험금 수령보다 납부액이 많은 우량 고객만 5세대로 빠져나갈 경우 남겨진 1·2세대 가입자들의 손해율이 치솟아 보험료가 인상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그간 실손보험은 세대를 거듭하면서 보장을 축소하는 식으로 변화해 왔는데요. 이 배경에는 실손보험 적자의 원인을 가입자의 과도한 이용으로 추정하는 시선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백내장, 도수치료 등 실손보험으로 보장받았던 것들이 손해율을 끌어올리면서 이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에게 '의료 쇼핑'이라는 비판이 전가돼 왔습니다. 소비자단체 측에서는 악의적으로 실손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병원에서 권유해서" 이용하는 평범한 소비자들이 많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실손보험의 개편 원인인 손해율 측면에서도 재매입이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 제기됐습니다. 보험업계에서는 1·2세대보다 3·4세대에서 손해율이 더 높게 나타나 1·2세대를 타깃으로 한 재매입 방안의 실효성도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결국 실손보험의 만성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상품 구조를 바꾸고 소비자에게 전환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병원의 악의적 이용과 시스템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일부 병원이 실손보험을 악용해 과잉 진료를 일삼는 행태를 제한하고 진료비 체계를 투명하게 관리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선행돼야 합니다.
실손 보험. (이미지=챗GPT)
배희 기자 SheisH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