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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정신 못차린 SPC
입력 : 2026-04-17 오후 7:04:23
(사진=뉴시스)
 
또, SPC였다. 이미지 쇄신이라는 명목으로 이름을 바꿔도 고질적인 문제로 지탄받고 있는 산재사고는 또 재발했다.
 
지난 10일 경기 시흥의 삼립 공장에서 노동자 두 명의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불과 1년 사이 같은 공장에서 사망 사고, 화재, 그리고 이번 절단 사고까지 이어졌다. 반복이라는 표현조차 무색하다. 이미 예견된 사고에 가깝다.
 
이쯤 되면 묻지 않을 수 없다. SPC는 정말 바뀌고 있는가. 산재사고에 대한 문제인식과 근본적인 사고 해결 방안이 있고 노동현장에서 제대로 적용되고 있는가.
 
SPC 계열사의 산재 사고는 단순한 ‘개별 사건’이 아니다. 하나의 패턴이다. 2022년 평택 SPL 공장 사망 사고M 2023년 샤니 공장 사망 사고, 그리고 2025년, 2026년 이어진 SPC삼립 사고들. 이 흐름은 우연이 아니다. 실제로 최근 3년 사이 SPC 계열사에서 사망 3건, 부상 다수의 인명 사고가 이어졌다.
 
같은 유형의 끼임, 절단, 협착 사고가 반복된다는 점은 더 심각하다. 사고가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라는 뜻이다. 이재명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강도높은 질타와 재발 방지를 요구했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대통령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노동자의 목숨값은 월급이 아니다”라고까지 질책한 발언이 무색하게 사고는 또 발생했다.
 
이 정도면 개선 의지가 아니라 개선 능력 자체를 의심해야 한다. 안전경영 전문인을 대표로 영입하고 수천억 원 규모의 안전 투자를 약속했지만 효과는 없었다.
 
현장의 증언은 명확하다. 생산 속도가 사람의 생명보다 앞서는 경영진들의 인식은 변하지 않은 것이다.
 
생산 물량 압박, 2인 1조 원칙 미준수, 가동 중 설비 작업, 노후 설비 방치 등 수많은 산재사고 원인들이 얼마나 개선됐을까. 노동부도 강도 높은 모니터링 실시를 공언했지만 할 말이 없게 됐다.
 
현장은 여전히 위험하고, 노동자는 여전히 다치고 있다. 관리·감독 체계가 작동하고 있는지조차 의문이다. 이제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 왜 사고가 났는지가 아니라, 왜 같은 사고가 반복되도록 방치됐는지를 따져야 한다. 그리고 그 책임이 어디까지 올라가는지도 분명히 해야 한다.
 
사고는 현장에서 발생하지만, 원인은 경영에서 비롯된다. 안전을 비용으로 취급하고 생산성을 우선시하는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어떤 대책도 공허한 선언에 그칠 뿐이다. ‘재발 방지’라는 말이 더 이상 설득력을 갖지 못하는 이유다.
 
이제는 보다 직접적인 책임을 물어야 할 시점이다. 반복되는 중대재해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변화가 없다면, 핵심 경영진에 대한 형사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대재해가 구조적으로 반복되는 기업에 대해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를 엄정하게 적용해야 한다. 단순한 과태료나 행정 제재를 넘어, 경영 책임자에 대한 실질적 수사와 처벌이 뒤따라야만 기업의 행동이 바뀐다. 안전을 비용이 아닌 필수 투자로 인식하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신호이기 때문이다.
 
현장 관리자나 하청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으로는 이 악순환을 끊을 수 없다. 의사결정 권한을 가진 경영진이 안전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면, 그 책임 또한 동일한 무게로 돌아가야 한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
이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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