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먹거리와 패션, 뷰티에서 부는 유행은 자연 발생이라기보다 기획된 소비에 가깝다.
최근 몇 년 사이 특정 먹거리나 패션 아이템이 순식간에 전국을 뒤덮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탕후루 열풍이 채 가시기도 전에 두쫀쿠, 버터떡 등 이름조차 생소한 음식들이 SNS와 언론을 통해 빠르게 확산된다. 문제는 이러한 유행이 자연스럽게 형성되기보다, 마치 누군가 의도적으로 설계한 것처럼 유사한 패턴을 반복한다는 점이다.
이 같은 현상의 중심에는 SNS가 있다. 짧은 영상 플랫폼을 통해 특정 먹거리가 반복적으로 노출되며 핫플과 필수 먹방 아이템으로 소비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맛이나 품질보다 비주얼과 자극성이 우선된다. 여기에 언론과 마케팅의 과장된 호들갑까지 더해지며 억지 유행은 더욱 증폭된다. SNS에서 불붙은 트렌드는 곧바로 언론 보도를 통해 사회적 유행으로 포장되기도 한다.
‘요즘 뜨는 간식’, ‘MZ세대 필수 먹거리’ 같은 표현은 소비를 부추기는 일종의 프레이밍이다. 이는 소비자를 현혹시키고, 자칫 유행에서 뒤처지는 것은 아닌지 불안감까지 자극한다. 여기에 프랜차이즈와 식품업계가 빠르게 가세한다. 짧은 시간 안에 유사 제품을 쏟아내며 유행을 확대 재생산한다. 결국 하나의 먹거리는 자연스러운 인기가 아니라 과시용 SNS과 이를 호들갑스럽게 포장하는 언론, 반짝 유행에 편승해 수익을 얻으려는 자본에 의해 거품처럼 부풀려진다.
문제는 이러한 트렌드가 지나치게 빠르게 소비되고 사라진다는 점이다. 억지 유행이 남기는 것은 결국 소비 피로감뿐이다. 소비자는 끊임없이 새로운 유행을 따라가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고, 자영업자는 짧은 유행에 올라타기 위해 리스크를 감수한다. 그 결과 남는 것은 지속성 없는 유행과 콘텐츠용 소비뿐이다.
유행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 다만 지금의 먹거리 트렌드는 자발적 취향의 확산이라기보다, 기획되고 설계된 흐름에 가깝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소비자가 점점 수동적인 존재로 전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알고리즘이 반복적으로 노출하는 콘텐츠에 익숙해지면서, 스스로 선택하기보다 ‘보여지는 것’을 그대로 따라가는 소비가 일상화되고 있다. 이는 취향의 다양성을 좁히고, 결국 획일화된 소비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제는 무의식적으로 반복되는 바이럴에 편승해 맹목적으로 유행을 좇기보다, 왜 이것이 유행이 되었는지, 그리고 그것이 과연 자신의 취향에 부합하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유행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유행을 선택하는 태도. 지금 소비자에게 요구되는 것은 바로 그 최소한의 주체성이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