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를 앞두고 금융 공공기관 지방 이전 공약이 다시 정치권 전면에 등장했습니다. IBK기업은행 본점 대구 이전을 둘러싼 여야 유치 경쟁이 치열합니다. 특히 대구시장 및 기초단체장 선거에 나선 후보들이 일제히 기업은행 이전을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지역 발전을 명분으로 한 금융기관 이전 논의가 선거용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여야 유력 주자들은 동시에 기업은행 대구 유치를 외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추경호 예비경선 후보는 경선 토론회에서 기업은행 이전을 핵심 의제로 제시하며 드라이브를 걸었고 민주당 김부겸 전 국무총리 역시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하며 임기 내 본점 이전 추진을 공약으로 내세웠습니다. 양측 모두 지역 내 중소기업 비중과 정책금융 접근성을 근거로 내세우며 사실상 누가 더 강하게 추진하느냐를 두고 경쟁하는 구도가 형성됐습니다.
하지만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전형적인 선거용 '표'퓰리즘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기업은행 본점 이전은 단순한 정책 결정이 아니라 법 개정을 전제로 하는 사안입니다. 현행 중소기업은행법은 본점을 서울에 두도록 명시하고 있어 국회 논의와 입법 절차가 필수적입니다. 단기간 내 실현되기 어려운 구조임에도 선거 때마다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보다 정치적 메시지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지적입니다.
더 큰 문제는 정책 일관성입니다. 민주당은 과거 윤석열정부의 산업은행 부산 이전 추진에 대해 졸속 이전이라며 강하게 반대한 바 있습니다. 같은 성격의 정책금융기관 이전을 두고 정권과 선거 상황에 따라 입장이 달라지는 셈입니다.
현장의 반발도 만만치 않습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기업은행 이전이 중소기업 금융 수요와 괴리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중소기업 대출 상당수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만큼 기업은행 본점을 지방으로 옮기는 것은 정책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여기에 상장사인 기업은행의 주주 가치 훼손 문제까지 거론되며 단순한 지역 균형 논리로 접근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무엇보다 간과하기 어려운 것은 수만명의 노동자들입니다. 수천 명에 달하는 금융 노동자들의 이주와 정착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닙니다. 가족 동반 이전, 주거·교육 인프라, 커리어 단절 우려 등 복합적인 문제가 얽혀 있습니다. 실제 현장에서는 "정착 자체가 쉽지 않다"는 호소도 적지 않습니다. 과거 공공기관 지방 이전 사례에서도 인력 이탈과 조직 효율성 저하가 반복적으로 제기된 바 있습니다.
결국 금융 공공기관 이전은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명분만으로 접근하기에는 파급 효과가 큰 정책입니다. 금융산업은 집적과 네트워크가 핵심 경쟁력으로 작용하는 분야인 만큼, 물리적 이전이 곧바로 지역 경제 활성화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기도 어렵습니다.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금융기관 이전 공약 남발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려면, 최소한 실현 가능성과 정책 일관성에 대한 검증이 선행돼야 합니다. 법 개정, 금융산업 구조, 노동자 수용성 등 복합적인 변수에 대한 충분한 논의 없이 던져지는 공약은 결국 또 하나의 공수표에 그칠 가능성이 큽니다.
사진은 서울 중구 기업은행 본점 앞을 한 직원이 지나고 있는 모습.(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