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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힌 마음
입력 : 2026-04-08 오후 5:11:43
포근한 날씨를 보인 8일 부산 북구 화명생태공원을 찾은 어린이와 시민 등이 활짝 핀 튤립을 구경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나는 기쁜 일이 생기면 그것을 온전히 느끼려 하면서도, 동시에 끝을 계산한다. 웃고 있는 와중에도 ‘이건 오래가지 않겠지’라는 생각이 스며든다. 그래서 가장 좋은 순간에 가장 나쁜 가능성을 떠올린다. 기쁨이 사라졌을 때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 미리 마음 한켠을 접어두는 것이다. 온전히 누리되, 전부를 걸지는 않는 방식이다. 
 
이런 마음은 어쩌면 종종 감정의 실패처럼 보인다. 기쁨을 끝까지 밀어붙이지 못하는 나약함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어쩌면 그것은 실패가 아니라, 세상을 견디는 방식에 가깝다. 기쁨은 짧고, 손실은 오래 남기 때문이다.
 
이상하게도 반대는 잘 성립하지 않는다. 나쁜 일이 생겼을 때, 그 뒤에 좋은 일이 올 것이라는 기대는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슬픔 속에서 희망을 상상하기보다, 슬픔이 더 길어질 가능성을 먼저 떠올린다. 손실은 이익보다 오래 남고, 불안은 해소보다 빠르게 퍼진다. 
 
그래서 기쁨을 나눠 쓰는 선택을 한다. 지금의 기쁨을 조금 덜어내 미래의 슬픔을 대비하려 한다. 하지만 그 방식은 때로 두 번 아프게 만든다. 아직 오지도 않은 상실을 미리 겪고, 실제로 잃었을 때 다시 한 번 무너진다. 기쁨을 절약했는데도, 슬픔은 할인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여전히 망설인다. 온전히 기뻐해도 괜찮은지, 모든 것을 걸어도 되는지. 그 질문 앞에서 주저하는 마음은 어쩌면 너무도 인간적이다.
 
어쩌면 중요한 것은 기쁨의 끝을 계산하지 않는 용기가 아니라, 그 끝이 오더라도 기쁨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일일지도 모른다. 슬픔이 찾아온다고 해서, 그 이전의 기쁨이 거짓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슬픔이 있었기에, 그 기쁨이 얼마나 깊었는지를 비로소 이해하게 된다.
 
기쁨 뒤에 슬픔이 오는 것은 불행의 징후가 아니라, 진심으로 기뻐했었다는 흔적이다. 그리고 그 흔적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고 믿고싶다.
 
 
이혜지 기자 zizi@etomato.com
이혜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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