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솔로'부터 '환승연애'까지 짝을 찾는 프로그램들이 꾸준히 시청자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결혼정보업체들이 자사 홍보에 이 프로그램들을 언급할 정도니 이제 연애 예능은 하나의 '성혼 방법'으로 자리 잡는 모습입니다.
(이미지=챗GPT)
최근 업무 미팅 자리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지인 한 분이 말하길 자신의 친구가 '나는 솔로' 프로그램에 지원서를 냈고 제작진으로부터 연락까지 받았다고 합니다. 출연 여부를 두고 1년 가까이 고민 중이라고 했습니다. 이유는 단 하나였습니다. 인생을 걸 각오가 돼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즉, 프로그램에 나가는 순간 각종 구설수와 악플을 감수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출연자들의 직장과 학력, 과거 연애사까지 속속들이 파헤쳐지는 일이 방송 때마다 반복됩니다. 시청자 게시판과 온라인 커뮤니티는 출연자 신상을 캐내는 공간으로 변질되기 일쑤입니다.
왜 유독 한국에서 이런 분위기가 강할까요. 우선 한국 사회 특유의 관계망 문화 영향이 큰 것 같습니다. 학연과 지연으로 촘촘하게 엮인 사회에서 TV에 얼굴을 드러내는 것은 단순한 노출이 아닙니다. 아는 사람 누군가가 반드시 보게 돼있고 그 파장이 직장과 가족에게까지 미칩니다. 서구권에서는 연애 리얼리티 출연이 자기 홍보의 한 방식으로 받아들여지지만 한국에서는 여전히 '가십거리'라는 시선이 따라붙습니다.
여기에 익명성 뒤에 숨은 온라인 문화가 기름을 붓습니다. 출연자의 행동 하나하나가 캡처되고 편집되어 맥락 없이 퍼져나갑니다. 방송에서 보여준 모습이 그 사람의 전부인 양 소비되고 비난받습니다. 불필요한 신상 털기 문화도 문제입니다. 출연자가 다니는 회사, 졸업한 학교, 심지어 전 연인까지 파헤쳐지는 것이 일종의 '놀이'처럼 여겨집니다. 이는 단순한 관심을 넘어 사생활 침해입니다. 그러나 이를 제재할 마땅한 수단이 없다 보니 피해는 고스란히 출연자 몫이 됩니다.
결국 연애 예능이 인기를 끌수록 정작 출연을 망설이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역설이 생겨납니다. 진심으로 짝을 찾고 싶어도 그 대가로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결혼을 간절히 바라는 지인들에게 추천하고 싶지만 선뜻 권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프로그램은 재밌게 보면서 출연자에게는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