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거래를 위해 낯선 이들을 만나다보면 기구한 사연을 듣는 일도 왕왕 있습니다. 최근 몇 차례의 거래에서 저는 유독 비슷한 이야기를 반복해 듣게 됐습니다. 난임을 겪고 있다는 여성들의 고백이었습니다.
(이미지=챗GPT)
이틀 전 유산을 했다는 한 여성을 코인세탁실에서 만났습니다. 물건만 건네고 돌아설 예정이었지만 그녀의 시선은 제가 파는 물건 대신 제 눈에 머물렀습니다. 핏기 없는 얼굴로 5년째 시험관 시술에 도전해왔고, 며칠 전 결국 아이를 잃었다고 했습니다. 출산 선물로 물건을 사려 했지만 그럴 수 없게 됐고 위로라도 받고 싶어 거래를 결심했다고 했습니다. 이제 나이가 마흔넷이라며 망연자실하던 표정이 오래 남았습니다.
또 다른 여성은 정반대의 분위기였습니다. 물건을 구매한 이 여성은 임신을 준비 중인데 오늘기분이 좋아 임신이 될 것만 같다고 기대했습니다. 태명으로 거래 물건의 브랜드명을 쓰겠다고도 했습니다. 설렘과 기대가 섞인 목소리였습니다. 거래는 짧았지만 그녀가 건넨 말은 여운이 됐습니다.
이들은 저와 특별한 관계가 아닙니다. 잠시 스쳐 지나가는 거래 상대일 뿐입니다. 그럼에도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았습니다. 어쩌면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에게도 쉽게 꺼내지 못한 말일 수 있습니다. 그 무게를 잠시 내려놓을 대상이 필요했던 모양입니다.
난임이 늘어나면서 반복되는 실패를 마주하는 여성들은 많이 지쳐있었습니다. 난임 치료는 시간과 비용, 체력과 감정이 동시에 소모되는 과정입니다.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희망과 불안을 오갑니다. 특히 나이에 대한 압박은 여성에게 더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거래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그녀들에게 물건을 건넸지만 어쩐지 홀가분한 마음이 들지 않았습니다. 기대에 찬 얼굴과 망연자실한 얼굴이 교차했습니다. 임신을 준비하는 여성들이 짊어진 무게는 생각보다 깊고 길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