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전쟁에서 드론이 맹활약하고 있다. 3000만원짜리 드론을 격추하기 위해 60억원짜리 요격 미사일이 날아가는 기묘한 소모전이 벌어지고 있다는 뉴스도 나온다. 이 전쟁을 보면서 한 가지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드론 다음에는 무엇이 올까? 그것이 로봇이라면, 세상은 어떻게 바뀔까.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지역에서 우크라이나 제48 독립여단 소속 군인이 정찰 드론을 띄우고 있다. (사진=뉴시스)
로봇이 전장에 등장하면 전쟁의 규모가 달라진다. 사람으로 이루어진 군대는 훈련하고 유지하는 데 오랜 시간과 큰 돈이 든다. 하지만 로봇은 공장에서 찍어내면 된다. 돈만 있으면 한 달 만에 수천대의 전투 로봇을 만들어낼 수 있다. 전쟁이 오래 이어질수록 더 많은 로봇을 쏟아붓는 싸움이 되는 것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전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더 큰 문제는 전쟁이 무차별해진다는 점이다. 사람이 전장에 있을 때는 아무리 냉혹한 군인이라도 어느 정도의 판단이 작동한다. 앞에 있는 게 민간인인지를 생각한다. 하지만 로봇은 지시만 이행할 뿐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인공지능(AI)이 아무리 정교해져도, 아이가 장난감 총을 들고 뛰어나오는 상황에서 전투 로봇이 올바른 선택을 한다고 장담할 수 없다. 물론 사람이 죽지 않으니 오히려 피해가 줄지 않겠느냐는 시각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쟁이 길어지면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민간인이다.
우리는 지금 전쟁의 형태가 바뀌는 전환점에 서 있다. 드론이 그 시작을 알렸다면, 자율 전투 로봇은 본편의 시작이 될 수 있다. 싸우는 주체가 사람에서 기계로 바뀌어도 전쟁의 피해는 언제나 사람에게 돌아온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전쟁은 더 스마트해지지만, 더 무감각해진다. 그리고 무감각한 전쟁만큼 위험한 것은 없지 않을까.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