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안다.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도 급하게 다가가면 상대가 부담을 느끼고 마음을 닫아버린다. 상대의 속도에 맞춰 신뢰를 쌓아가야 비로소 관계가 단단해진다. 요즘 제조업 현장에서 뜨거운 화두인 로봇 도입도 이와 비슷하다.
HMGMA 차체 공장에서 차체가 자율주행 운반 로봇(AGV)에 실려 이동하는 모습. (사진=현대차)
자동차, 반도체, 철강 등 국내 주요 제조업체들은 앞다퉈 공장 자동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생산성과 효율을 높여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고, 그 해법으로 로봇이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간과해서는 안 될 현실이 있다. 로봇이 들어오는 자리에서 사람이 밀려날 수 있다는 것이다. 수십 년간 라인을 지켜온 숙련 노동자들에게 자동화는 단순한 기술 변화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현장 곳곳에서 로봇 도입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그래서 당연하다.
이런 반발을 무시하거나 힘으로 누르려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연애에서도 상대의 거부감을 억지로 넘어서려 하면 관계가 끝나듯, 현장의 불안과 저항을 건너뛰고 속도만 앞세우다가는 노사 갈등이 심화되고 생산 현장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성공적인 연착륙을 위해서는 먼저 함께 가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는 존재가 아니라, 위험하고 반복적인 작업을 대신하고 사람은 더 가치 있는 역할로 이동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재교육과 직무 전환 프로그램을 병행하고, 현장 작업자들이 변화의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과 소통의 기회를 줘야 한다.
결국 로봇 도입의 성패는 기술력이 아니라 속도 조절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연애가 상대의 마음을 얻는 데서 시작하듯, 성공적인 자동화는 현장의 신뢰를 얻는 데서 시작된다. 경쟁사의 속도에 조급해하기보다,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이 결국 더 빠른 길이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