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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에 동원된 AI
입력 : 2026-03-06 오후 4:08:58
최근 미국이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를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한 지 약 2개월 만이다. 적대국 수장을 신속히 제거하는, 이른바 ‘참수작전’의 성과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5년째 이어가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는 부러울 만한 일이다.
 
6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이란 테헤란 중심부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9.11 테러의 주범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하기까지는 10년이 걸렸고, 이라크 전쟁 이후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이 체포되기까지는 9개월이 걸린 점을 보면, 미국의 최근 작전 뒤에는 획기적인 전술 변화가 있었다. 이제는 교전국 지도자를 제거하는 데 채 하루도 걸리지 않는 시대가 됐다.
 
이 배경에 AI가 있었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 지휘부의 이동 경로 등을 사전에 파악한 뒤 공습을 감행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앤트로픽의 AI ‘클로드’를 활용했다. AI를 통해 이란 인사들의 동선을 분석하고 공습에 활용했다는 것이다. 클로드는 앞서 미군이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할 때도 사용된 AI로 알려졌다.
 
전쟁에 AI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미국 내부에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작 전쟁에 활용된 클로드의 제작사 앤트로픽은 미 국방부의 AI 기반 군사정보 플랫폼 ‘메이븐 스마트 시스템’에서 퇴출됐다. 자사 AI가 살상무기 개발에 사용되는 것을 반대하면서 벌어진 결과다.
 
빅테크 기업에서도 찬반이 엇갈린다. 앤트로픽이 퇴출된 직후 오픈AI가 국방부와 계약을 맺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에 구글과 오픈AI 직원들이 앤트로픽에 연대하는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격론이 이어지고 있다. ‘AI를 어디까지 활용해도 되는가’라는 윤리 논쟁이 현실로 다가온 셈이다.
 
기술 진화의 역사는 늘 반작용을 동반해 왔다. 전쟁을 조기에 끝냄으로써 사상자를 줄이기 위해 만들어진 게틀링건이 세계 화력 경쟁을 촉발한 점이 그랬고, 코끼리 상아를 대체해 동물 학살을 막겠다는 취지로 발명된 플라스틱이 환경 파괴를 초래한 점이 그랬다.
 
AI도 다르지 않다. 챗GPT를 개발한 오픈AI는 ‘인류 전체를 위한 AI’라는 포부로 비영리 연구기관에서 출발했다. 범용인공지능(AGI), 그 너머의 초인공지능(ASI) 연구 역시 질병과 에너지 등 인류의 난제를 해결하겠다는 목적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지금 AI는 사람을 가장 효율적으로 제거하는 수단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AI의 진화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지만, 그 방향이 올바르게 나아가고 있는지 고민이 드는 순간이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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