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현장에서 초과근무를 하고도 수당을 받지 못하는 이른바 '무임금 초과근무' 관행이 반복적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영업점에 이어 본점에서도 근무시간 기록을 우회하는 방식이 확인됐다는 노조의 점검 결과가 나오면서 논란은 더 이상 일부 지점의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현장에서는 "일은 많은데 초과근무 등록은 어렵다"는 불만이 터져 나옵니다. 영업점에서는 시간외근무 시간이 늘어날수록 지점장 평가에 부담이 된다는 인식이 형성되면서 초과근무 승인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신한은행지부가 접수한 제보에 따르면 근무는 이뤄졌지만 승인 절차를 밟지 않거나 등록을 하지 못해 수당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고 합니다. 일은 했지만 기록은 남지 않는 구조 하에서 직원 개인의 피해만 커지고 있습니다.
본점이라고 상황은 다르지 않았습니다. 노조에 따르면 최근 본부 부서 24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불시 점검에서는 근무시간 관리 시스템을 우회하는 다양한 방식이 확인됐다고 합니다. 이른바 '알트+탭' 방식으로 계정을 전환해 업무를 이어가거나 자율출퇴근제 등록 시간을 반복 수정해 PC 사용 가능 시간을 늘리는 식입니다. 보상휴가를 실제로 사용하지 않고 퇴근 직전에 등록해 전산상으로만 소진 처리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합니다.
문제는 이런 방식이 특정 개인의 일탈로 보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영업점장이나 부서장 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에서 초과근무 승인을 기피하는 기조가 강화될수록 또 다른 우회 방식이 계속 등장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는 개인의 도덕성 문제 보다는 제도 설계 문제와 사측의 방관 탓이 큽니다. 근무시간을 관리한다는 명분 아래 기록만 통제하고 실질적인 업무량은 줄지 않는다면 현장은 기록을 피해 움직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노조는 그동안 초과근무 승인 절차를 간소화해달라고 요구해왔습니다. 그러나 사측은 "불필요한 야근 문화가 조성될 수 있다"는 이유를 내세웠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일·생활 균형을 강조하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현장의 반응은 냉소적입니다. 업무량은 그대로 둔 채 승인 문턱만 높여놓고 기록만 줄이면 야근이 사라진다고 보는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이는 노조의 표현을 빌리자면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는 식의 궤변에 가깝습니다. 실제로는 밤늦게까지 불이 켜져 있는데 전산 기록만 줄었다고 해서 초과근무가 사라졌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사측은 조직적으로 그러한 운영을 한 사실은 없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일부 개별 사례 가능성은 확인하겠다고 했습니다. 또한 관리자 평가에 초과근무 현황을 반영하는 취지는 과도한 근무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취지는 이해할 수 있으나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초과근무를 반영한 평가 지표가 존재하고 사용률이 전산상으로 노출되며, 관리자가 부담을 느낀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면 이미 상황을 바꾸긴 어렵습니다.
기업이 비용을 통제하는 것은 경영의 영역입니다. 그러나 비용을 줄이기 위해 노동의 흔적을 지우는 방식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초과근무를 줄이려면 기록을 막을 것이 아니라 업무량을 줄여야 합니다. 승인 절차를 강화할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보고와 관행을 걷어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공짜노동'이라는 오명은 지워지기 어렵습니다.
영업점에서 시작된 논란이 본점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노사 공방이 아닙니다. 조직이 어떤 방식으로 노동을 대하는지에 대한 질문입니다. 기록되지 않는 노동이 계속되는 한, 신한은행을 둘러싼 '무임금 초과근무'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입니다.
사진은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