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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장바구니 물가 안정 '체감'은 언제쯤
입력 : 2026-03-04 오후 3:07:36
(그래픽=제미나이)
 
[뉴스토마토 이수정 기자] 이재명 정부가 강도 높은 식품 물가 압박에 나서면서 제빵업계가 선두에서 주요 제품 가격 인하를 단행했습니다. 갑자기 빵 가격이 뚝 떨어진다니 고물가에 지친 국민 입장에선 반가운 소식입니다. 이번 '이재명표 물가 안정' 정책이 원재료 하락분을 최종 소비재에 즉각 반영하라는 강력한 경고를 담고 있는 만큼, 아마 다른 식품 업계도 곧 새로운 가격표를 준비할 겁니다. 
 
사실 이번 조치가 식품 업계에 주는 충격은 남다릅니다. 통상 진보를 표방하는 정부는 유통 구조 개혁 같은 근본 처방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기업을 향해 직접 '가격을 내려라'는 압박을 가하는 경우는 없었죠. 보수 정부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가격 통제' 카드를 꺼내 든 정부의 행보에 식품 제조사들은 적잖이 당황했다고 합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면 가격을 올릴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완전히 빗나갔다고 전언했습니다.
 
정부의 물가 압박 실례를 보면 2008년 이명박 정부 시절의 'MB 물가 지수'가 있습니다. 당시 정부는 서민 생활과 밀접한 52개 품목을 지정해 집중 관리하며 기업들을 전방위로 압박했습니다. 인위적인 가격 통제가 공급 위축이라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지만, 독과점 품목의 가격 인상을 억제하고 유통 구조의 불합리함을 공론화하는 데는 '단기적' 처방으로 효과는 있었습니다.
 
이제는 과거 정부가 보여준 '단기 처방'의 한계를 넘어, 이번에는 '장기적 결실'을 볼 수 있게 해야겠죠. 하지만 이번 정책적 결단이 장기적인 물가 안정까지 이어지기에도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우선 '반영 시차' 기업이 출고가를 오늘 내렸다고 해서 동네 마트의 가격표가 내일 아침 바로 바뀌지는 않아섭니다. 유통업계에 쌓인 기존 재고가 소진되고, 인하된 단가가 적용된 새 물량이 매대를 채우기까지는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합니다. 통상 가공식품의 유통 주기를 고려할 때, 이 착한 가격이 시장 전반에 안착하는 데 최소 수개월의 시차가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입니다.
 
'외식물가'도 마찬가지 입니다. 밀가루 값이 내렸다고 당장 식당 칼국수 가격이 빠지지 않는 이유는 외식물가가 인건비와 임대료라는 관성에 묶여있기 때문입니다. 원재료비 하락이 서비스 가격 인하로 전이되는 과정은 유조선이 방향을 트는 것과 같은 속도로 진행됩니다. 정부의 물가 안정 노력이 쇼잉(showing)에 그치지 않기 위해 공급망 전반에 끼인 유통 마진 거품을 걷어내는 정책적 사후 관리가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이 장바구니 물가 안정을 실질적으로 체감하는 시점은 2026년 하반기, 늦어도 연말쯤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가공식품 가격 인하 도미노가 외식 물가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기까지 시차를 고려한 현실적인 계산입니다. 물론 고환율과 국제 유가는 여전히 복병입니다. 과연 올해 겨울 쯤 우리는 그간 고고고(高高高)만 외치던 시기를 뒤로 하고, 진짜 물가 안정을 체감할 수 있을까요.
 
이수정 기자 lsj5986@etomato.com
이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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