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을 둘러싼 총액인건비 논란이 끝을 모르는 소모전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금융권에서는 이제 더 이상 이 문제를 정치적 셈법으로 이용하거나 부처 간 책임 떠넘기기로 일관해서는 안 된다는 비판이 거셉니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는 서로에게 공을 넘기는 '핑퐁 게임'을 멈추고, 명확한 업무 분담과 정책적 결단을 통해 실질적인 해결책을 내놓아야 할 시점에 직면해 있습니다.
현재 기업은행의 인건비 문제는 단순히 노사 간의 협상 테이블을 넘어 정부 부처 간의 행정적 공백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국책은행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기재부의 예산 지침을 따르면서도 금융위의 감독을 받아야 하는 이중 구조 속에서, 정작 필요한 인력 확충과 처우 개선은 뒷전으로 밀려났습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이 사안의 비합리성을 지적하며 개선을 시사한 바 있고 신임 기업은행장이 취임하며 경영 체제가 새롭게 정비된 만큼,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논의를 매듭지을 최적의 기회를 맞이했습니다.
과거부터 이어진 총액인건비 문제는 기업은행의 고질적인 갈등 요소였습니다. 지난해 기업은행 노조가 사상 초유의 총파업 위기까지 치달았던 배경에도 결국은 낡은 규제에 묶인 인건비 구조가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당시 노사는 극적인 합의를 이뤄내며 파국은 면했지만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 역시 작년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합니다. 실제로 금융권 내부에서는 올해 임단협 역시 총파업으로 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으며 이는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기업은행 본연의 업무 수행에 차질을 빚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큽니다.
부처 간의 칸막이 행정은 이 갈등을 증폭시키는 핵심 원인입니다. 기재부는 전체 공공기관의 형평성을 이유로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금융위는 인사권과 예산권의 한계를 이유로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업은행은 일반 공공기관과는 달리 시중은행과 치열하게 경쟁하며 중소기업 금융의 중추 역할을 수행하는 특수한 조직입니다. 이러한 특수성을 무시한 일률적인 잣대는 결국 우수 인력의 유출과 조직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해법은 정부의 책임 있는 결단에 있습니다. 신임 행장의 경영 능력을 뒷받침하고 노사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먼저 전향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합니다. 정치적 논란을 의식해 결정을 미루는 사이 현장의 갈등은 더욱 깊어지고 있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기업은행을 이용하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에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부처 간 업무 분담을 명확히 정의하고, 기업은행이 국책은행으로서의 소임을 다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인건비 구조를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제2의 총파업이라는 파국을 막고 금융 공공성을 지키기 위한 정부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서울 중구 IBK 기업은행 본사 앞에서 한국노총 금융노조 기업은행지부 총파업 출정식. (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