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소비자가 대형마트 진열대에서 장을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수정 기자] 당·정·청이 대형마트의 새벽배송을 허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13년간 유통 시장을 지탱해온 규제의 한 축이 변화를 맞이하게 된 겁니다.
변화된 유통 환경과 규제의 모순 대형마트 영업 규제가 처음 도입된 2013년은 오프라인 매장이 유통의 중심이었고, 새벽배송이라는 개념조차 생소하던 시기였습니다. 그러나 지난 10여 년 사이 유통 시장의 지형이 완전히 바뀌면서, 이커머스 플랫폼이 규제 사각지대에서 배송 혁명을 주도하며 급성장했습니다.
반면 대형마트는 동일한 상품을 다루면서도 영업시간과 배송 방식에서 발이 묶여 규제권 밖의 온라인 플랫폼들이 독점 체제가 됐습니다. 이런 상황은 쿠팡의 대형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수면 위로 드러났습니다. 대부분 국민들의 개인정보가 무방비 상태로 노출됐지만, 대항할 수 있는 업체가 없었던 탓에 소비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쿠팡을 다시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 연출됐습니다.
유통 산업 구조가 이미 온라인으로 기울어진 만큼, 온·오프라인을 가로막는 규제가 없어지는 건 긍정적인 변화입니다. 하지만 이번 결정이 선제적인 제도 개선의 성과라기보다 시장의 변화를 뒤늦게 뒤쫓아가는 모습이라는 점은 냉정하게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당정의 이번 행보는 그간 반복된 경고를 놓친 정책적 아쉬움이 반영된 것인 만큼 '지각 대응'이라는 비판도 받을 겁니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건 유통산업발전법이 개정됐던 핵심 이유였던 '상생'을 잊어선 안됩니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사회적 노력이 공허한 구호에 그치지 않도록 정교한 후속 대책이 뒷받침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제부턴 지역 상권의 특성을 고려해 배송 범위나 품목을 세밀하게 조정하고, 대형마트의 물류망을 전통시장의 온라인 판로 확대에 활용하는 등 실질적인 공존 모델을 설계해야 합니다. 규제를 덜어낸 만큼, 보호의 방식 또한 시대에 맞게 진화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입니다.
13년 만에 열린 새벽배송의 문은 분명 의미 있는 변화의 시작입니다. 하지만 이 결정이 '늦었지만 옳은 선택'으로 남기 위해서는 정부의 성찰과 함께 실효성 있는 대책이 뒤따라야 합니다. 규제 완화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생태계를 만드는 출발점인 만큼, 속도보다 올바른 방향이 중요한 때입니다.
이수정 기자 lsj598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