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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해진 오프라인 쇼핑
입력 : 2026-02-06 오전 10:34:23
길거리를 걷다 보면 가게 앞에 행거를 내놓고 저렴한 가격표를 붙여 파는 의류 매장을 마주하게 됩니다. '균일가', '특가', '마지막 수량' 같은 문구는 지나가는 발걸음을 붙잡습니다. 이른바 미끼상품입니다. 매장 안으로 고객을 유인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제품을 내놓는 것입니다. 과거라면 이런 풍경은 충동구매로 이어지기 쉬웠습니다. 그러나 요즘의 소비자는 잠시 멈춥니다. 충분히 저렴해 보이는데도 선뜻 지갑을 열지 않습니다.
 
(이미지=챗GPT)
 
온라인에서 같은 물건을 더 낮은 가격에 살 수 있는데 손해를 보는 선택을 할지 모른다는 불안 때문입니다. 가격표를 확인하는 동시에 머릿속에서는 자동으로 온라인 쇼핑몰이 떠오릅니다. 이 불안은 중국산 제조품일 때 더욱 커집니다. 옷의 상표에 중국산임을 알 수 있는 한자나 '메이드 인 차이나'가 적혀 있다면 더더욱 오프라인 구매가 망설여집니다.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에서 훨씬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이런 심리는 의류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생활용품, 소형 가전, 잡화 등 오프라인에서 판매되는 상당수 상품이 같은 구조에 노출됩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지금 이 자리에서 사는 선택이 합리적인가, 아니면 몇 분만 검색하면 더 나은 가격을 발견하게 될 것인가 하는 고민입니다. 스마트폰 하나면 즉시 가격 비교가 가능한 환경에서 오프라인 구매는 늘 검증 대상이 됩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이에 대한 나름의 설득 논리를 제시합니다. 직접 입어보고 만져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옷의 경우 크기와 소재, 착용 모습을 확인할 수 있고 또 바로 가져갈 수 있지요. 이는 분명 오프라인만의 강점입니다. 다만 그 설명이 소비자의 불안을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합니다.
 
구매가 이뤄진다고 해도 불안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제품을 구매한 뒤 돌아서서 비슷한 제품을 검색해 보고 가격을 비교하는 행동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더 저렴한 상품을 발견하면 만족감은 줄어들고 그렇지 않더라도 확인해야만 안심이 됩니다. 오프라인에서의 소비가 끝났음에도 마음은 여전히 거래를 마치지 못한 상태로 머무는 셈입니다.
 
이런 소비자가 늘어날수록 오프라인 매장은 불리해집니다. 매장 운영에는 임대료, 인건비, 재고 부담이라는 고정비가 따릅니다. 소비자가 매장을 쇼룸처럼 이용하고 실제 구매는 온라인에서 한다면 그 비용은 고스란히 자영업자의 몫이 됩니다. 옷을 추천하고 착용을 도와준 뒤 손님이 빈손으로 나가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허탈감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단 몇 분만 투자하면 가격을 적나라하게 비교할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는 더 이상 적당한 가격에 만족하지 않습니다. 최저가를 놓치지 않았다는 확신을 원합니다. 그 확신을 주지 못하는 거래는 불안으로 남습니다. 오프라인 쇼핑에 대한 불안은 개인 성향 문제가 아니라 유통 환경 변화가 만들어 낸 것입니다. 불안이 확산될수록 거리 상점의 불은 하나둘 꺼질 수밖에 없겠지요.
변소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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