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인공지능(AI)과 로봇이 생산을 극대화하면 재화나 서비스 부족은 사라지고, 장기적으로 모든 직업은 선택 사항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그는 AI 발전으로 ‘인간에게 더 이상 직업이 필요 없고 필요한 모든 것을 갖게 될 가능성이 80%’라고도 했습니다.
이 낙관은 최근 한 사건에서도 반복됐습니다. 지난해 말 마이클 델 부부가 아동용 정부 지원 투자계좌인 '트럼프 계좌' 개설 비용으로 62억5000만달러를 기부하자, 머스크는 '호의는 분명 좋지만 미래에는 가난이 없어 저축할 필요도 없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소셜미디어에 올렸습니다. 결국 결론은 같습니다. 미래에는 '보편적 고소득'이 오고, 돈은 지금처럼 절박한 의미를 잃게 된다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은 그 낙관과 좀 달라 보입니다. 래셔널FX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한 해에만 전 세계 기술업계에서 24만명 넘는 일자리가 사라졌습니다. 인텔,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같은 빅테크가 감축의 중심에 섰다는 점은 상징적입니다. 이는 소수 기업의 예외적 구조조정이 아니라, 대규모 AI 투자와 비용 절감이 결합된 업계 전반의 구조 재편으로 읽힙니다.
화이트칼라 현장에서도 비슷한 징후가 관찰됩니다. 법률·회계처럼 전문직으로 여겨졌던 영역에서도 AI가 반복 업무를 빨아들이면서, 신입 인력의 훈련 경로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조직 내 훈련과 관리가 필요한 주니어 인력을 채용하기보다, 즉시 활용 가능한 AI를 선택하겠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AI 도입으로 절감된 비용과 늘어난 수익은 기업의 이윤과 주주가치로 우선 귀속될 공산이 큽니다. 시장에서 우위에 있는 기업일수록 필요한 데이터와 인재만 더 빠르게 흡수하고, 장기적 인력 양성에는 소홀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시 말해 '보편적 고소득'이 저절로 오기 전에, 누군가에겐 '보편적 실업' 혹은 '보편적 불안정'이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생깁니다.
이에 올해 1월말 영국 제이슨 스톡우드 투자부 장관은 AI로 사라질 가능성이 큰 산업 종사자를 지원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편적 기본소득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언급했습니다. AI가 만들어낼 충격을 '연착륙'시키기 위한 제도적 완충장치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입니다.
한국에서도 닮은 문제의식이 다른 형태로 표면화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3일 국무회의에서 '그냥드림' 사업을 소개하며 배가 고파 계란 한판을 훔친 이가 구속된 사건을 계기로 정책을 구상했다고 말했습니다. 2만원 안팎의 식사를 무료로 제공하고, 전국 150곳의 거점이 운영 중입니다. 5월경 본사업 확대 방침까지 공개됐습니다.
다만 이 대통령은 여론을 의식한 듯 "국가 예산보다는 사회적인 기부 동참으로 해결해보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AI가 고용을 재편하고, 고용시장이 얼어붙는 구조가 고착화되면 단순한 자선과 기부만으로 사회적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 남습니다. 기부는 선의에 기반한 일회적 대응이지만, 고용 축소와 소득 공백이 구조화될 경우 이를 지속적으로 떠받칠 제도로 기능하기는 어렵습니다.
결국 필요한 것은 AI 시대에 새로 만들어지는 초과이익을 어떻게 사회로 환원하고, 노동시장의 전환 비용을 누가 어떻게 부담할 것인가에 대한 합의입니다. 현금 지급이 아니라 주거·교육·돌봄·의료 같은 기본서비스를 두텁게 설계할 수도 있고, 특정 산업이나 기업의 AI 초과이익에 사회적 기여금을 부과해 전환 기금을 만들거나, 데이터·플랫폼 지배력을 완화하는 경쟁 정책을 강화하는 방식도 가능합니다. 다양한 방안이 있지만 중요한 것은 이에 대해 사회적 공감과 합의, 이러한 사회 구조로의 전환에 대한 논의가 빠르게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머스크의 낙관을 마냥 믿기 어렵지만, 그것이 미래의 한 장면일 가능성까지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 장면이 현실이 되려면 기술이 불러온 풍요를 공유하는 규칙이 함께 설계돼야 합니다. AI가 노동을 대체하는 속도가 사회가 새로운 분배 장치를 만드는 속도보다 빠르다면, '보편적 고소득'의 미래는 끝나지 않는 불평등이라는 디스토피아로 남을 수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이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에 참가해 자율주행 물류 로봇 등의 물류 작업 시연을 선보였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