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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부장 생태계의 완성
입력 : 2026-02-03 오전 9:22:25
정부가 국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생태계 경쟁력 확보를 위해 수요-공급 기업 간 협력을 추진한다. 이번 지원은 외국 기술을 따라잡아 국산화율을 높이는 기존 지원 방식에서 차세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게임체인저’를 발굴한다는 점에서 과거와 차이가 있다.
 
네덜란드 벨트호벤에 위치한 ASML 고개구율(High-NA) 연구소에 있는 High-NA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EXE:5000’. (사진=ASML)
 
산업통상부는 오는 3일부터 소부장 협력모델 후보 모집을 위한 공고를 개시한다. 이번 공고에는 ‘생태계 완성형 협력모델’ 유형이 신설됐다. 최종 수요기업의 주도 아래 해당 품목과 연관된 소부장 기업 전체가 기술을 혁신하는 구상이다. 정부는 수요 기업에 연구개발(R&D) 참여기업 자율 선택·변경 권한, 연간 60억원 규모의 대형 R&D 자금 및 정책금융 등을 제공한다.
 
소부장 협력모델은 지난 2019년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추진됐다. 이를 통해 희토류 영구자석과 이차전지 파우치 등 외국 의존도가 높던 제품들의 국산화율을 높였다. 다만 통상환경 변화로 소부장이 ‘전략 자산’으로서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기존의 모방·추격 방식으로는 차세대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엔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생태계 완성형 협력모델 유형을 신설한 것은 과거 소부장 지원 제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번 제도를 통해 차세대 반도체 제조 장비인 ‘X선 노광장비’의 개발에 속도가 붙길 기대한다. X선 노광장비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에서 X선을 광원으로 사용해 회로 패턴을 구현하는 장비다. 현재 고대역폭메모리(HBM) 제작의 핵심으로 꼽히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보다 파장이 짧아 더 미세한 회로 패턴 구현이 가능하다.
 
이재종 한국기계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열린 ‘X선 간섭 노광장비 핵심 기술 개발 토론회’에서 “한국 반도체 장비 국산화율은 20% 수준이고 미국, 일본, 네덜란드 수입 비중이 77%”라며 “장비 분야에만 40년을 축적해 온 ASML을 당장 따라잡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다른 차원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EUV 노광장비 시장은 네덜란드 ASML이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중국도 반도체 장비 자립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어, 한국도 기술 자립이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인력난, 가시광선보다 반사율이 낮은 X선의 물리적 한계 등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다.
 
그럼에도 업계는 기술 자립의 필요성을 피력하고 있다. 류석현 한국기계연구원장은 “반도체 기술은 비즈니스를 넘어 전략 무기가 됐다”며 “도전정신과 산업계의 실행력이 결합할 때 장비 분야의 만성적인 적자 구조를 탈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공급망의 변화로 단순 품목을 넘어 산업 생태계 전체의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의 지원과 반도체 생태계의 유기적 협력으로 국내 소부장 생태계가 더 활성화되길 바란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
이명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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