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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개혁 '그들만의 리그'
입력 : 2026-02-02 오후 2:12:21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대국민 사과와 함께 정부가 추진하는 농협 개혁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히며 농협개혁위원회를 출범시켰지만, 위원회 구성부터 형식적이라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외부 중심 개혁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농협 내부 인맥과 계열사 출신 인사들로 채워졌다는 지적입니다.
 
농협중앙회는 지난 21일 이광범 법무법인 LKB평산 이사회의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농협개혁위원회 출범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개혁위원회는 지난 13일 강 회장의 대국민 사과 이후 중앙회장 선출 방식과 지배구조, 내부통제 시스템 전반을 개선하기 위한 기구로 설치됐습니다. 농협 측은 외부위원 11명, 내부위원 3명으로 구성했습니다.
 
그러나 위원 명단이 공개되자 개혁 취지와는 거리가 멀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대부분이 강호동 회장 측근이거나 농협 계열사에 몸담았던 이들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광범 위원장은 전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이지만 2019년부터 2022년까지 NH농협은행 사외이사를 역임한 이력이 있습니다. 민승규 위원은 현재 NH투자증권 사외이사로 활동 중이며 오광수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지난해까지 NH투자증권 사외이사를 지냈습니다. 이승호 위원 역시 NH저축은행 사외이사 경력이 있습니다.
 
위원 다수가 농협 계열사 사외이사나 임원 출신 인사들로 구성되면서 농협 내부 구조와 이해관계에 깊이 연관된 인물들이 개혁 논의를 주도하는 구조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특히 회장 권한 집중 구조와 중앙회 중심 지배구조 등 민감한 개혁 과제를 내부 인맥 중심의 위원회가 제대로 다룰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커지고 있습니다.
 
농업계 인사 구성 역시 논란의 대상입니다. 노만호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 상임대표, 류진호 한국4-H중앙연합회 회장, 이승호 농축산연합회장은 모두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위원을 겸임하고 있습니다.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는 농협 안팎에서 친 농협중앙회 성향 단체로 평가받고 있으며, 외부위원으로 참여한 한국여성농업인중앙연합회 역시 해당 협의회 소속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독립적인 외부 견제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이 같은 위원회 구성에 대해 농민단체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습니다. 농민단체들은 지난달 22일 서울 서대문구 농협중앙회 본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농협 내부 인맥으로 구성된 개혁위원회로는 농협을 개혁할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외부 개혁을 표방했지만 실상은 기존 기득권 구조를 유지하기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면서 "농림축산식품부가 농협중앙회에 대한 감사를 지속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여권과 야권 일각에서는 농협개혁위원회가 실질적인 권한이나 강제력을 갖지 못한 채 보여주기식 기구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농협 개혁의 명분을 유지하기 위한 형식적 장치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이처럼 농협 안팎에서 이번 개혁위원회가 실질적인 구조 개편으로 이어지지 못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어렵게 떠오른 농협 개혁이 또다시 내부 인맥 중심의 '그들만의 리그'로 끝나는 것 아닐지 끝까지 지켜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 건물. (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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