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이 6%대를 돌파한 가운데 차주들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던 ‘대출 갈아타기(대환대출)’마저 사실상 무력화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기존 대출보다 낮은 금리로 갈아타는 것이 제도의 취지지만 갈아타기용 주담대 금리 역시 4% 중반까지 올라가면서 실익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최근 50대 여성 A씨는 기존 변동금리로 적용받던 주담대 금리가 3% 후반대에서 5% 중반대까지 올라가자 이자 부담이 극심해 대환대출을 할 만한 은행을 알아봤습니다. 하지만 대출 갈아타기를 하더라도 대부분 금리가 5%대를 넘어 울며 겨자 먹기로 기존의 대출 이자를 낼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갈아타기용 5년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지난 23일 기준 연 4.33~4.67%로 집계됐습니다. 같은 기간 일반 주담대 금리 연 4.06~6.72%와 비교하면 하단 기준으로 오히려 0.27%p 오히려 높은 수준입니다. 일반 주담대보다 갈아타기 상품의 금리가 더 낮은 은행은 단 한 곳도 없었습니다.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한 갈아타기 서비스가 오히려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하면서 제도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대환대출이 전체 가계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미미한 수준"이라며 "최근에는 사실상 신규 취급 건수가 거의 없다시피 하다"고 말했습니다.
금융당국이 2023년 도입한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는 세계 최초의 온라인 대환대출 플랫폼으로 차주가 영업점을 방문하지 않고도 더 낮은 금리의 대출로 이동할 수 있도록 설계됐습니다. 당시 정부는 은행 간 경쟁을 촉진해 국민의 이자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를 내세웠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도 2024년 4월 금융위원회의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 도입으로 은행 이자수익 16조원이 국민과 소상공인에게 이전됐다며 공개적으로 성과를 강조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도입 2년여 만에 상황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는 모습입니다. 기준금리 인상 기조 속에서 은행의 금리 인하 여력이 크게 줄어든 데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가 강화되면서 금리를 낮추면서까지 타행 고객을 유치할 유인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특히 정부가 생산적 금융 기조를 강조하며 주담대 RWA(위험가중치) 하한선을 기존 15%에서 20%로 상향한 이후 은행 입장에서는 갈아타기 대출을 적극 늘릴 필요성이 더 낮아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은행은 갈아타기 경쟁 대신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해 기존 고객이 다른 은행으로 이동하도록 사실상 문을 열어주는 선택을 하기도 했습니다. 가계대출 총량 관리가 우선 과제가 되면서 대환대출 확대가 오히려 부담 요인이 된 셈입니다.
업계에서는 금리 상승기와 가계대출 규제 기조가 맞물리면서 한때 이자 절감의 돌파구로 주목받았던 대출 갈아타기가 이제 차주들에게 선택지조차 되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금리는 조달원가에 신용원가, 업무원가, 마진을 더해 산출되는데 조달원가는 은행 간 큰 차이가 없다"면서 "결국 경쟁으로 줄일 수 있는 부분은 신용원가나 마진 정도에 불과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정부가 은행들이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보고 경쟁을 붙이면 금리가 크게 내려갈 것이라 봤지만, 그렇지 않다는 점이 지금 드러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서울 시내의 한 시중은행 영업부에서 고객이 상담을 받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