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30일 국정감사에 출석한 헤럴드 로저스 쿠팡 대표이사가 질문에 응답하기 전 물을 마시려는 모습. (사진=뉴시스)
최근 쿠팡의 행보를 보면 '정치의 기술'이 수준급입니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국회의 집중 포화를 맞고, 헤럴드 대표가 다시 한국 땅을 밟으며 고개를 숙여야 하는 타이밍에 쿠팡은 뜬금없이(?) '99원 생리대'를 들고 나왔습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직접 "생리대 가격이 너무 비싸다"며 담합 의혹까지 제기하며 민생을 챙긴 직후입니다. 정부와 국회가 '민생'이라는 칼날을 휘두르려 하자, 쿠팡이 발 빠르게 대응하는 모습처럼 보입니다. 물론 소비자 입장에서 개당 99원짜리 생리대는 반가운 소식입니다. 해외보다 무려 40% 비싼 한국 생리대 시장에 경종을 울릴만 합니다.
하지만 이 '착한 행보'의 시점이 묘합니다. 지금 쿠팡은 개인정보 관리 소홀이라는 뼈아픈 실책으로 국민적 신뢰를 잃었고, 국회와의 감정의 골은 깊어질 대로 깊어진 상태인데요. 이런 상황에서 던져진 '99원 생리대'는 진정성 있는 상생의 결과물로 읽히기 어렵습니다. 국정감사와 규제의 시선을 돌리려는 고도의 '물타기'가 아닌가 의심되는 대목입니다.
상생은 위기 탈출용 카드가 아니라 기업의 본질적인 문화여야 합니다. 쿠팡이 진심으로 민생을 생각한다면 99원 생리대 출시보다 앞서야 했던 것은, 내 정보가 어디로 흘러갔는지 불안해하는 고객들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와 재발 방지책이였겠죠.
오늘 한국을 찾은 헤럴드 대표의 손에 생리대 박스가 아닌, 제대로 된 '보안 혁신안'이 들려 있기를 바랍니다.
이수정 기자 lsj598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