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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은행 하루 평균 외환거래액 역대 최대
입력 : 2026-01-26 오후 11:34:13
요즘 외환시장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숨 돌릴 틈이 없는데요. 지난해 외국환은행의 하루 평균 외환거래액이 처음으로 800억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숫자 하나만 놓고 보면 기록 경신이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한국 외환시장이 구조적으로 다른 국면에 접어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에 가깝다는 분석입니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2025년 중 외국환은행의 외환거래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환은행의 일평균 외환거래 규모는 807억1000만달러로 집계됐습니다. 전년 대비 17.0%, 금액으로는 117억4000만달러가 늘었습니다. 2008년 통계 개편 이후 거래 규모·증가폭·증가율 모두 역대 최대치인데요. 단순한 경기 회복의 결과라고 보기엔 증가 속도가 가파릅니다.
 
이번 기록의 가장 직접적인 배경은 외환시장 거래시간 연장입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지난해 7월 외환시장 구조 개선의 일환으로 거래시간을 대폭 늘렸습니다. 기존 국내 시간에 갇혀 있던 외환시장은 글로벌 금융시장과의 시차를 상당 부분 해소했고 그 결과 외환거래는 낮에만 움직이는 시장에서 24시간 흐르는 시장에 가까워졌다는 분석이 우세합니다.
 
하지만 거래시간 연장만으로 하루 평균 거래액이 100억달러 이상 늘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부분도 있는데요. 진짜 동력은 자본 이동의 방향이 달라졌다는 점입니다. 이른바 서학개미로 불리는 거주자의 해외 증권투자와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가 동시에 급증하며 외환 수요를 밀어 올렸습니다.
 
실제 수치는 이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거주자의 해외 증권투자 규모는 2024년 722억달러에서 2025년 1294억달러로 1년 새 두 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미국 주식과 글로벌 ETF, 해외 채권으로 향하는 자금이 외환시장을 통해 쉴 새 없이 이동한 셈입니다.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 역시 같은 기간 220억달러에서 504억달러로 두 배 이상 늘었고 한국 증시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이 같은 쌍방향 자본 이동은 외환시장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수출입 기업 중심의 실수요 거래가 외환시장을 지배했다면 이제는 금융투자 목적의 거래 비중이 빠르게 커지고 있습니다. 외환시장이 단순한 결제의 공간에서 자산 이동의 허브로 진화하고 있는 셈입니다.
 
상품별로 보면 변화는 더욱 분명한데요. 현물환 거래 규모는 323억8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26.1% 늘었고 해외 주식 매수·매도와 직결되는 현물환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결과로 풀이됩니다. 외환파생상품 거래 역시 483억3000만달러로 11.6% 증가했는데 변동성 확대에 대비한 헤지 수요와 금융기관 간 거래가 동시에 늘어난 영향으로 보여집니다.
 
은행별로도 온도차는 있지만 흐름은 같은데요. 국내은행의 외환거래 규모는 375억4000만 달러로 21.2% 증가했습니다. 개인·기업 고객의 해외 투자 수요를 국내은행이 흡수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외국은행 국내 지점의 거래 규모 역시 431억7000만달러로 13.6% 늘었는데요. 글로벌 자금의 한국 진입 통로 역할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눈여겨볼 점은 이런 변화가 일시적 현상일 가능성이 낮다는 점입니다. 개인투자자의 해외 자산 배분은 이미 구조적인 흐름으로 자리 잡았고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 역시 한국 시장의 접근성과 유동성이 개선되면서 중장기적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큽니다. 외환시장 거래시간 연장 효과도 시간이 지날수록 시장에 자연스럽게 흡수될 것 이란 시각이 우세합니다.
 
문제는 변동성 관리입니다. 거래 규모가 커질수록 외환시장은 외부 충격에 더 민감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인데요. 글로벌 금리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가 곧바로 환율 변동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외환시장의 양적 성장이 질적 안정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정책당국의 미세 조정 능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지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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