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카드론, 즉 장기카드대출이 다시 늘고 있습니다. 1년 만에 월간 증가액이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는 소식이 나왔지만 단순히 소비가 늘었다고 보기는 어려운데요. 은행권 가계대출 규제로 자금 창구가 제한되면서 상대적으로 접근이 쉬운 카드론으로 눈길이 쏠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9개 주요 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은 지난 11월 42조5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1.14% 증가했습니다.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죠. 지난해 여름 네 달 연속 감소했던 흐름이 뒤집힌 점은 주목할 만한데요. 당시 금융당국은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 100% 이내로 제한하며 카드론 역시 규제 대상으로 포함했다. 카드론 잔액은 부실채권 상각과 맞물려 41조8000억원까지 줄었습니다.
카드론이 늘어난 또 다른 요인은 투자 수요입니다. 지난해 국내 증시가 코스피 4000을 달성하면서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빚투 심리가 살아났고 명절 상여금 등으로 연기된 대출 수요가 11월에 몰린 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급전 수요와 투자 수요가 맞물리면서 카드론은 가계의 최후 통로 역할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문제는 카드론 자체가 금리가 높고 장기 부담이 크다는 점입니다. 은행 대출 규제의 풍선효과가 카드론으로 전이되면서 가계 금융 리스크는 다른 형태로 쌓이고 있습니다. 단기적 자금 확보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 상환 부담과 연체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큽니다.
카드업계 역시 상황을 낙관하지 못합니다.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본업 수익은 줄었고 대출 사업까지 규제로 제약을 받으면서 수익성 회복은 쉽지 않죠. 일각에서는 "건전성 관리 부담이 계속되는 한, 카드 업황 개선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합니다. 결국 카드론 증가는 단순한 대출 증가가 아니라 제한된 금융 선택지 속에서 가계와 금융시장의 압박이 카드사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인 거죠.
그렇다면 정책 당국의 역할도 중요한데요. 카드론 증가를 단순히 통계 수치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실제 금융 체감 상황과 리스크 전이 과정을 함께 살펴야 합니다. 가계의 과도한 금융 부담이 특정 상품으로 쏠리는 현상을 방치하면 금융 안정성과 소비자 보호 모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죠. 카드론 급증은 은행 규제와 시장 반응이 맞물린 결과물이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하나 눈여겨볼 점은 금융소비자의 선택 변화입니다. 은행권 대출 문이 닫히면서 단기적 자금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카드론과 같은 고금리 금융상품으로 눈길이 이동하는 모습은 가계 재무구조의 취약성을 드러내죠. 장기적 관점에서 금융정책은 단순한 대출 억제가 아니라 가계가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할 필요성이 제기됩니다.
결국 카드론 증가 현상은 여러 요인이 겹쳐 나타난 복합적 결과로 봐도 무방한데요. 고물가·고환율·은행 대출 규제·투자 심리·명절 자금 수요가 모두 맞물린 가운데 카드사가 가계 금융의 완충 역할을 하고 있죠. 그러나 이는 구조적 부담을 수반하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금융 당국과 카드업계 모두 단순 수치 증가에 안주하지 않고 장기적 리스크 관리와 소비자 보호를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