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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추정제, 이젠 기업이 양보할 때
입력 : 2026-01-20 오후 8:14:06
서울 시내 식당가에서 배달라이더가 음식을 배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가 20일 특수고용직과 플랫폼 종사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노동자추정제’를 골자로 한 법 개정을 예고하고 나섰다. 개정안의 핵심은 고용 관계의 ‘실질’을 아는 주체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된다.
 
노무 제공자와 사업주 사이의 분쟁 시, 노동자성을 입증해야 할 책임을 기존 ‘노동자’에서 ‘사업주’로 넘기겠다는 것을 골자로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노동 현장에서는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임이 명백함에도 ‘개인사업자’ 혹은 ‘프리랜서’라는 계약 형식을 빌려 노동법의 의무를 회피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또 최저임금이나 퇴직금 등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자신이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임을 스스로 증명해야 했다.
 
하지만 법 개정이 이뤄지면 사업주가 ‘이 사람은 노동자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이는 약자 보호라는 취지에서 공감대를 얻을 수 있다. 사용자의 지휘·감독 증거를 직접 수집해야 했던 종사자들에게 입증 책임은 사실상의 거대한 진입장벽이었던 만큼, 노동시장의 대표적 사각지대였던 플랫폼 노동자들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현장의 복잡성을 간과한 획일적 도입이라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플랫폼의 지휘·감독 수준에 따라 성격이 판이한데, 이를 하나의 잣대로 묶어 입증 책임을 지우는 것은 기업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 사회가 특수고용직의 노동자성을 둘러싸고 벌여온 소모적인 갈등과 그 비용을 생각하면, 제도 도입의 역기능보다 순기능이 더 크리라는 점 또한 분명하다. 출퇴근부터 업무 지시까지 회사의 관리감독을 받지 않는 자영업자에 가까운 특수고용노동자가 얼마나 될까. 노동자가 스스로 노동자성을 입증해야 하는 부담을 전적으로 떠안았던 지금까지 어느 언론이 노동자의 부담을 말했나.
 
법적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기업들이 신규 계약을 기피하거나 외주를 축소하는 등 보수적인 경영 기조로 돌아설 수 있다고도 우려도 근거가 희박하다. 마치 친노동 정책을 펼치면 기업들이 모두 해외로 공장을 이전할 수 있다는 해묵은 엄포에 가깝다. 알다시피 대다수 플랫폼 기업은 내수기업이다. 
 
노동시장 사각지대 해소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플랫폼 기업의 폭발적 성장 뒤에는 사각지대를 애써 눈감아온 제도의 미비도 자리했다. 이제는 플랫폼 기업이 양보할 차례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백아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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