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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 금융지주 고인물, 정부가 길 터야
입력 : 2026-01-06 오전 6:00:00
금융지주들이 또다시 역대급 실적으로 한 해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화려한 성적표 뒤에는 ‘약탈적 이자 장사’가 자리한다. 혁신과 영업으로 성과를 낸 것이 아니라 그냥 높은 이자를 받으면서 자리에 앉아 만들어낸 숫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성과를 나누지 않고 오직 그들만의 잔치만 벌이는 행태는 국민의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다. 
 
금융지주라는 성 안에는 ‘인사 카르텔’이 공고한 벽을 쌓고 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금융위원회 등 업무보고에서 “가만 놔두니 부패한 ‘이너서클’이 생겨 소수가 멋대로 돌아가며 지배권을 행사한다”고 했다. 특히 “똑같은 집단이 회장 했다가 은행장 했다가 왔다 갔다 하며 10년, 20년씩 해 먹는다”는 지적은 국민의 분노를 대변한 엄중한 경고로 읽힌다. 
 
금융지주들은 저마다 글로벌 스탠더드와 ESG 경영을 외친다. 하지만 실상은 구맹주산(狗猛酒酸)이다. 술집 개가 사나우면 술이 시어지듯, 제왕적 회장 중심의 폐쇄적인 지배구조 아래에서 금융 혁신과 소비자 보호라는 본질은 산채한지 오래다. 
 
KB금융은 리딩금융이라는 명성 뒤에 ‘회장 독식’이라는 민낯을 숨기고 있다. 체계적이라는 경영 승계 프로그램은 외부 시선을 돌리기 위한 알리바이용 쇼에 불과하다. 실제로는 적당히 들러리를 세워 회장의 임기를 연장하는 ‘연임 제조기’일 뿐이다. 회장이 물러나도 상왕처럼 군림하며 그림자 정치를 펴는 전근대적 구태다. 
 
신한금융은 ‘포스트 조용병’ 시대에도 이사회의 독립성 문제가 아킬레스건이다. 회장의 손끝에서 선임된 이사회, 그리고 일본 주주들의 입김에 휘둘리는 구조는 변함없다. 일본통이 승승장구하는 해괴한 구도 역시 신한금융만의 독특한 병폐다. 
 
하나금융은 과거부터 ‘제왕적 회장’ 논란의 중심에 있다. 측근을 은행장에 앉히고, 그 은행장을 다시 회장으로 낙점하는 그들만의 ‘회전문 승계’는 가관이다. 그렇게 은행장도 하고 회장도 연임하면서 이 대통령이 말하는 10년, 20년을 해 먹는다. 
 
모피아가 지배하는 우리금융은 무책임 경영의 끝판왕이다. 천문한적 금융사고가 반복돼도 책임은 실무자에게 떠넘기고 회장은 권한만 누린다. 이를 견제하지 못하는 이사회의 마이동풍식 태도 역시 국민의 신뢰를 갉아먹는다. 
 
금융지주 회장은 대대손손 물려줄 영지가 아니다. 국민의 신뢰를 잠시 빌려 쓰는 ‘공적 책임의 자리’다. 그런데도 몇몇이 카르텔을 만들어 주인 행세를 하니 바로 잡아야 한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고, 스스로 정화할 수 없는 물은 외부에서 물길을 터주는 수밖에 없다. 
 
금융감독원의 지배구조 모범 관행 따위는 종이 호랑이에 불과하다. 정부가 직접 메스를 들어야 한다. “관치”라는 비판을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 그것은 기득권이 개혁을 막기 위해 휘두르는 낡은 방패에 지나지 않는다. 
 
금융은 경제의 핏줄이지, 특정 ‘이너서클’을 살찌우는 꿀단지가 아니다. 2026년은 금융지주를 국민의 품으로 돌려주는 원년이 되어야 한다.
 
김의중 정경부 기자
김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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