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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금감원 감독권, 취업 위한 보험 아냐
입력 : 2025-09-04 오전 6:00:00
금융감독원은 대한민국의 금융시장을 감독하고 규제하는 중추적인 기관이다. 공무원 조직이나 공공기관은 아니지만 공직에 준한다.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면 그 권한과 책임은 오히려 무겁다. 
 
그런데 금감원 고위직 퇴직자들이 민간 금융회사로 자리를 옮기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자신이 감독했던 기업으로의 이직은 단순히 한 개인의 재취업 문제를 넘어선다. 공직의 윤리성과 금융감독 시스템의 신뢰성 문제까지 확대해서 봐야 한다. 
 
실제 국회 자료나 언론 보도를 보면 전직 원장과 부원장, 국장을 지낸 인사들이 금융사 사외이사나 고문으로 취업하는 일이 다수 확인된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기업은행 등 대다수 은행에 금감원 출신이 포진해 있다. 보험사,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업권을 가리지 않는다. 심지어 한 전직 금감원장은 카카오뱅크 사외이사로 가기도 했다. 볼썽 사납고 낯 뜨겁다. 
 
금감원 출신이 금융사로 가는 건 풍부한 금융 전문 지식과 실무 경험을 나눈다는 취지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은 이를 순수한 의도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오랜 기간 쌓아온 감독기관의 노하우와 인맥이 결국 민간기업의 이익을 위해 활용되기 때문이다. 금융사가 금감원의 검사나 제재를 피하기 위한 방패막이로 퇴직자를 고용한다는 의혹은 합리적 의심이다. 
 
금융사가 금감원 고위직 출신을 영입하는 배경에는 금감원과의 원활한 소통이라는 암묵적 기대가 깔려 있다. 금융시장 내에서 규제 로비의 통로로 활용되는 건 누구나 아는 비밀이다. 감독기관 인맥을 활용한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고, 결국 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해치게 된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금감원 조직의 사기도 떨어진다. 일선에서 묵묵히 일하는 금감원 직원들이 퇴직 후 피감기관으로 떠나는 선배들을 보며 자괴감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또 ‘고위직까지 올라가면 퇴직 후 재취업이 보장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조직 전체의 공적 윤리와 사명감도 약해진다. 
 
퇴직 후 재취업으로 경제적 안정을 도모하는 건 개인의 자유다. 다만 그런 가운데서도 사회적 책임과 윤리적 의무를 저버려선 안 된다. 지금도 취업 제한 규정은 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4급 이상 금감원 직원의 경우 퇴직 후 3년간, 퇴직 전 5년간 소속했던 부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관에 취업하는 것을 제한한다. 하지만 우회 재취업이나 퇴직 전 담당 업무와 관련이 없다는 이유로 취업 심사를 통과하는 사례가 많아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금감원뿐 아니라 공직사회 전반의 인식 전환도 절실하다. 퇴직한 공직자가 민간기업에 가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부터 전환해야 한다. 공직의 명예는 직책을 내려놓는 순간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공직에서 얻은 경험과 지식을 사적 이익이 아닌, 공적인 가치를 위해 사용하는 것이 진짜 명예고 애국이다. 피감기관이 아닌 연구기관, 공익 성격의 재단 등으로 진출을 모색하는 게 정도다. 돈 되는 곳을 찾아 떠나는 게 당장은 배부를지 몰라도 종국엔 개인의 명예와 금감원의 신뢰를 훼손하는 길이라는 걸 명심해야 한다. 
 
김의중 금융부 부장
김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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