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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대출 빗장 열릴까
입력 : 2026-01-02 오후 3:33:15
새해를 맞아 은행권 대출 창구가 다시 열리는 모습입니다. 연말로 갈수록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발이 묶여 사실상 대출 취급을 멈췄던 지난해 11~12월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입니다. 일부 시중은행은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 갈아타기를 재개했고, 영업점별로 걸어두던 한도도 풀었습니다. 통상 3월 이사철을 앞두고 대출 수요가 늘어나는 점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은행들이 선제적으로 숨통을 틔운 셈입니다.
 
겉으로 보면 '대출 빗장'이 열리는 듯 보이지만, 현장에서 체감되는 문턱은 여전히 높습니다. 시중은행 주담대 금리 상단은 6%를 돌파했고 향후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도 옅어진 상황에서 차주들이 적용받는 실제 대출금리 부담이 크게 줄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31일 기준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의 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연 3.94~6.24%, 변동형 주담대 금리도 연 3.71~6.11%로 상단 기준으로 연 6%대를 이미 훌쩍 넘었습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이라며 네 차례에 걸쳐 1%p 가까이 기준금리를 인하했지만 대출 금리는 그만큼 내려오지 않았습니다. 이는 은행들이 정부의 엄격한 가계대출 관리 기조를 명분 삼아 가산금리를 통해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대출 창구는 열어뒀지만 실제로 통과하기는 쉽지 않고 높은 금리 문턱에 좌절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금융당국은 새해에도 가계부채 관리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은행별 가계대출 증가율을 관리하고 총량을 초과할 경우 다음 해 한도를 깎는 방식의 페널티도 예고돼 있습니다. 주담대 위험가중치 상향 등 자본 규제까지 더해지면서 은행들은 대출을 늘리고 싶어도 늘리기 어려운 환경에 놓였습니다.
 
은행 현장에서는 "대출을 풀었다기보다는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연초 수요를 완전히 외면할 수는 없지만 총량과 자본비율 부담을 고려하면 공격적으로 영업에 나서기는 어렵다는 설명입니다. 결국 은행들은 금리를 통해 수요를 조절하고 차주들은 높은 금리를 감내해야만 대출을 받는 현상이 올해도 계속 반복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실수요자들이 체감하는 불확실성이 커진다는 점입니다. 이사나 내 집 마련 같은 필수 수요는 시기를 조절하기 어렵습니다. 대출 창구가 열렸다는 신호를 보고 움직였지만 막상 상담 창구에서는 높은 금리와 까다로운 조건에 발길을 돌리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새해 대출 시장이 안정적으로 작동하려면 정부 규제와 은행 현장이 보다 정교하게 발맞춰야 합니다. 일률적인 총량 관리와 금리 통제만으로는 실수요와 투기 수요를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대출 빗장을 열지 닫지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에게 어떤 조건으로 열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분명해야 합니다.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 모습. (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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