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요즘 은행권을 취재하다 보면 "대출 창구가 꽁꽁 얼어붙었다"는 표현이 실감 납니다. 온라인상 재테크 문의 글에서도 "총량이 다 찼다고 합니다", "연초까지는 어렵다고 하네요"라는 하소연 글을 쉽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가계대출 총량 규제로 대출 빗장이 강하게 걸린 가운데 현장의 공기는 한파특보에 가깝습니다.
한 시중은행 여의도 지점 창구에서 만난 직원은 "대출 상담을 하러 오신 분들께 내년에 다시 문의해달라고 설명드린다"고 합니다. 은행 본점 관계자들의 반응도 마찬가지입니다. 총량에서 조금만 더 밀리면, 내년 계획 수립에도 부담이 된다는 말도 있습니다. 내부적으로는 대출 심의서를 작정하는 한 줄, 한 줄이 더 까다로워졌다고 합니다.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목표치를 초과한 시중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을 잇달아 중단하고 있다. 서울 시내 은행 창구 모습. (사진=뉴시스)
금융당국도 소비자들이 어떤 불편을 겪든 정책 목표만 달성할 수 있다면 상관없다는 식의 태도입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일 연말 대출 셧다운에 대해 "연초까지 대출 절벽이 발생하는 상황은 없게 하겠다"고 했지만 공염불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렇다고 내년이라고 해서 사정이 확 풀릴 가능성도 크지 않아 보입니다. 은행권 내부에서는 연초에 대출 창구를 다시 연다 해도, 총량 목표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속도를 낼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연초에는 대출이 풀릴 것이라는 실수요자의 기대와 달리, 체감 한파가 꽤 길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가계부채 관리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빠르게 늘어난 대출 수요, 자산 시장 과열로 인해 레버리지 투자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다만, 규제가 목적이 되고 숫자 관리가 전부가 되어버리면 현장에서 보호받아야 할 대출 수요자들이 소외될 수 있습니다.
가계대출 규제가 필요하지만 정부가 은행마다 목표를 다 정해주는 '총량규제'는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주택담보대출이 막히자 은행권 마이너스통장 사용액이 약 3년 만에 최대 규모로 불어나는 것을 보더라도 '수요 억제'라는 정책 목표는 우선순위부터라도 조정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실사용 목적의 대출은 대출한도에서 예외로 두는 '핀셋 정책'을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서울시내 은행 창구 모습. (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