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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호세력 걱정 없다
입력 : 2025-12-30 오후 8:55:10
[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역시 국민의힘! 본인만 살고 보면 됩니다.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국민의힘 현역 의원 중 처음으로 대구시장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당을 내란의 구렁텅이에 빠뜨린 장본인. 지난해 12월3일 의원들은 그의 지시에 따라 국회→당사→국회→당사로 헤맸습니다.
 
지난 6월5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이 권성동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내세운 것은 '35년 경제관료 경력'과 '윤석열정부 초대 경제 사령탑'이라는 타이틀. 성과보다 타이틀 그 자체가 중요한 모양입니다. 제게는 '이명박식 물가관리제' 기억만 있습니다.
 
추경호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 최우선 과제'라고 공언했던 물가가 잡히질 않자 "지난해 라면값이 많이 올랐는데 밀 가격은 그때보다 50% 떨어졌다"며 "이에 맞춰 기업들이 가격을 내려줬으면 한다"고 했습니다. 
 
연일 시장 원리를 외쳤던 터라, 자신도 민망했는지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소비자단체가 적극적으로 견제하고, 가격 조사도 하는 등 압력을 행사하면 좋겠다"고 덧붙였습니다. 
 
문제는 라면 회사가 '밀'이 아닌 '밀가루'를 사용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제분사가 원맥(아직 빻지 않은 밀)을 수입해 밀가루로 만들고 각 회사에 공급하는 구조입니다. 
 
계약 단위는 통상 6개월에서 1년. 당장 밀 가격이 반 토막 났더라도, 라면 회사는 6개월~1년 전 가격으로 밀가루를 공급받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라면에는 밀가루만 들어가는 것도 아닙니다. 설탕 가격은 11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고, 전기·수도세·인건비까지 줄줄이 올랐던 때였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서민 음식으로 꼽히는 라면 특성상 정부와 여론을 의식해 고민하고 고민하다 가격을 올렸다"며 "당장 가격 인하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고 하소연했습니다.
 
당시 추경호 부총리 말은 결국 "원맥만 있으면 라면이 만들어진다"는 논리였습니다. 밀 가공 과정, 제분사와 라면 회사 간 공급 구조, 라면 제조 공정 등 기본적인 맥락조차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공산주의자인 줄 알았습니다.
 
지난 2023년 덜 걷힌 국세수입은 역대 가장 큰 59조원. 결손 기준 오차율도 17.3%으로 사상 최악. 세수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한국은행에서 빌려 쓴 돈 113조원은 13년 만에 최대 규모. 지급한 이자는 15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
 
연일 외치던 '상저하고'(상반기 저조하다가 하반기에 회복)도 결국 물 건너갔습니다. '경제 폭망'이라는 비판에 추 부총리가 꺼내든 것은 '전임 정부'였습니다. 문재인이 망쳐놓은 경제였고, 문재인보다는 나았다는 것입니다.  
 
추경호 전 원내대표는 대구에서 "정치가 아닌 일을 하겠다"고 합니다. 정치도 일도 기대되지 않지만, 그가 유력 주자라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고려 왕족 시대도 아닌데 국민의힘에는 '토호 세력'이 있다고 합니다. 공개적으로 목소리 내지 않고, 시민은 얼굴도 모르지만 실질적으로 당을 움직이는 영남 의원들. 
 
책임도 숨어서 피합니다. 별 탈 없으면 다시 뽑힐 테니까요. 지역구만 챙기면 됩니다. 얽히고설킨 그들만의 세상. 충성스러운 유권자 덕에 오늘도 기득권을 지킵니다. 
 
그들에 비하면 '피고인 추경호'는 어쩌면 양반일지도 모르겠네요.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유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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