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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엔 정치
입력 : 2025-12-29 오후 11:41:23
[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취재원이 자사 조직문화를 바꿔달라며 가져온 '폭언 녹취록'은 1000만원 광고비가 됐습니다. 한 계열사에서 오너 3세가 얽힌 위법 문제가 발생하자, 팀장 선배는 지주사 홍보부장과 함께 해당 계열사를 찾았습니다.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지난 2021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앞에서 상장을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지주사 홍보부장-계열사 홍보부장-언론사 유통팀장'의 3자 대면. 결국 그 일도 간판만 '언론'인 한 회사의 영업이익으로 남았을 것입니다. 취재 기자였지만 어떤 내용도 공유받지 못했으니, 실체는 확인할 수 없지만요.
 
"홍보와 기자는 공생 관계예요."
 
한 주류업계 홍보부장이 말했습니다. 결국 광고비는 본인들 손에 있다는 가르침. 세게 써봤자 사람만 잃는다며, 철없는 신입 기자를 달래는 어조였습니다.
 
'선배'라 불리는 자들의 비열함에 구토가 치밀었습니다. 도망치듯 회사를 떠났습니다.
 
기자가 '갑'이라 생각해본 적도 없지만, 진짜 갑은 '홍보'라는 사실을 그때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유통업계에서 슈퍼 갑은 '쿠팡'이었습니다. 
 
김남근 민주당 의원이 "쿠팡에서 사람이 죽어 나가는데 왜 기자들은 쓰질 않느냐"고 물었을 때,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습니다. 부끄러웠습니다. 더 이상 그 회사 소속도 유통 기자도 아니었지만, 같은 언론계에 몸담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그랬던 언론이 너도나도 앞다퉈 쿠팡을 깝니다. 대통령이 입을 여니, 정치부 기자들이 받아 적고, 유통 기자들도 쓰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지요.
 
불과 2년 만의 천지개벽. 강산이 변하는 데도 10년은 걸린다던데, 당황스러움을 넘어 일종의 '불쾌한 골짜기'를 느낍니다.
 
분명 쿠팡을 찬양했던 그때 그 기자가 이제는 누구보다 정의로운 사도입니다. 사람이 쓴 기사일 텐데, 정작 사람 같은 사람은 보이지 않습니다. 
 
인공지능이 너무 발달한 나머지, 인간의 얼굴을 한 채 '쿠팡 공격'이라는 명령어에 한순간 돌변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정치가 제 기능을 하고 있다는 데 안도감도 느낍니다.
 
그런데 166석의 거대 여당 원내대표님은 대단하시더군요. 사모님도 마찬가지고요. 야당이 존재하지 않는 탓인지.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유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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