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지에 몰리고 있는 쿠팡이 펼치고 있는 언론플레이가 도를 넘고 있습니다.
쿠팡은 지난 25일 고객 3370만명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전직 직원으로부터 정보를 탈취하는 데 사용된 장치를 회수하고 외부 전송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했다는 내용의 조사 결과를 기습 발표했는데요. 쿠팡 측 주장의 근거는 유출자가 행위 일체를 자백하고 고객 정보에 접근한 방식을 구체적으로 진술했다는 것입니다.
쿠팡의 조사 결과는 내용의 신뢰성에 의문은 물론 현재 고객 정보 유출 사고를 조사 중인 정부와 사전 협의와 조율 없이 적절하지 않는 방법으로 언론플레이를 펼치고 있다는 점에서 또다시 전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현재 경찰 수사와 민관합동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뜬금없는 쿠팡의 조사 결과 발표는 황당하기 그지없다는 반응이 빗발치고 있습니다. 정부도 곧장 입장문을 통해 쿠팡이 주장하는 사항은 민관합동조사단에 의해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라며 쿠팡에 강력히 항의했죠.
그럼에도 쿠팡 측은 해당 조사가 자체 조사가 아닌 정부의 지시에 따라, 몇 주간에 걸쳐 매일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며 진행한 조사였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와의 공조하에 진행된 조사 결과를 왜 정부 측과 사전 조율이나 협의도 없이 책임의 주체인 쿠팡이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인 민감한 내용을 확정된 사실인 양 돌연 발표했는지에 대해 의문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청문회에선 쿠팡의 주요 임원들이 수사 중인 사안이라며 하나같이 답변을 거부했던 것과는 너무나 다른 행태라 쿠팡 측의 해명과 주장에는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쿠팡의 언론플레이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쿠팡은 대미 로비뿐만 아니라, 해외 언론 인용 보도를 공신력으로 이용해 쿠팡 측에 유리하게 여론을 조성하는 행태로 악명이 높죠.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미국 의회가 우리나라의 플랫폼 규제 추진을 공개 비판한 데 이어 최근 한미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까지 돌연 취소하자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정부가 한국의 디지털 규제 입법 움직임을 문제 삼아 회의를 내년 초로 연기했다고 전했습니다. 폴리티코는 최근 국회가 국정감사 과정에서 쿠팡을 압박한 것에 대해 미국 정부는 미국 상장기업을 부당 대우 및 과잉 규제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부연했는데요.
미국 정계에서도 쿠팡을 한국 정치권이 압박한다며 비난하는 발언이 잇따라 나오고 있습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로버트 오브라이언은 24일(현지시간) 엑스에서 "한국이 미국 기술 기업을 겨냥하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입장을 표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로 유명한 미 정치평론가 스티브 코르테스도 "한국 정부는 막대한 투자를 해온 미국 기업 쿠팡을 오히려 제재하고 있다"고 주장했죠.
미 상원의 로비 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해 12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준비위원회에 100만달러를 기부하는 등 최근 5년간 미 행정부와 의회를 대상으로 1075만달러(약 155억원)의 로비 자금을 지출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고작 일개 기업에 불과한 쿠팡이 미국 정부에 로비해 한미 무역 통상을 빌미로 우리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쿠팡 사태가 단순한 규제 논쟁을 넘어, 한미 FTA와 경제, 외교에 긴장감을 유발시키고 있는 가운데 선 넘는 내정간섭을 분명히 짚으면서 쿠팡에 대한 일벌백계를 강구해야 할 것입니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