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라호텔에서 선보인 '더 파이니스트 럭셔리' 크리스마스 케이크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혜현 기자] '역대 최고가 50만원 짜리 케이크 등장', '하루 3개만 한정 판매', '비싸도 품절 대란'
특급 호텔들이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한정 케이크를 속속 공개하고 있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과 요란한 마케팅 경쟁으로 눈살이 찌푸려지기도 합니다. 이른바 ‘케이크플레이션’이란 말까지 나올 지경이니까요.
초고가 한정판 케이크 논란의 시발점은 서울신라호텔이 50만원짜리 케이크를 선보이면서 불붙기 시작했습니다.
연말마다 국내 유명 호텔들이 앞다퉈 시즌 한정 프리미엄 케이크를 출시하며 소비심리를 자극했는데요.
이번에는 소위 소비자들의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생각하는 가격대를 훌쩍 뛰어넘는 초고가 케이크 출시 경쟁으로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가 읽힙니다.
초고가 프리미엄 케이크는 단순히 매출을 올리기 위한 목적뿐만 아니라 호텔 브랜드의 정체성과 위상을 드러내는 수단으로도 활용되고 있다고도 보여집니다.
특급 호텔은 소위 네임 벨류나 자존심 경쟁 차원에서 서로 더 화려하고 독창적인 케이크를 내놓으며 브랜드 이미지를 과시하려는 경향이 있죠.
케이크가 호텔의 명성과 브랜드 파워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쇼케이스 역할을 하는 셈이죠.
즉 고가, 희소성, 독창성이라는 명목 아래 호텔 브랜드를 더 특별하게 느끼도록 만드는 브랜드 전략과 SNS에 자신을 과시하려는 소비자들의 심리가 맞물려 유례없는 초고가 케이크가 등장한 것입니다.
경험 자체가 곧 소비 가치로 여겨지는 MZ, 젠지 세대에서는 케이크가 단순히 먹는 디저트가 아니라, SNS에 공유하는 경험의 대상이자 인스타 감성을 뽐낼 수 있는 소비 트랜드라는 맥락에서 심리적 마지노선을 넘는 가격은 오히려 그 자체가 가치로 여기는 모양새인데요.
가격 상승 속도와 명분에서도 의문이 듭니다. 최근 1~2년 사이 일반 물가 상승률이 연 2~4% 수준인데 호텔 케이크 가격 상승율은 30~100%로 천차만별이죠. 최근 호텔 프리미엄 케이크는 그야말로 연말 분위기가 값이 되버렸다고 봐도 무방한데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지불 능력이 있다면 소비는 개인의 자유이자 선택이지만 과도한 가격 경쟁은 소비의 양극화와 시장 왜곡을 불러옵니다. 심리적 마지노선을 넘는 가격 경쟁은 당장은 화제성으로 이목을 끌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론 소비 피로감과 반감을 초래합니다.
케이크플레이션의 반대급부로 가성비를 중시하는 대체 소비 시장도 확장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죠. 의점이나 베이커리 프랜차이즈는 중저가 케이크를 선보이며 양극화된 수요를 끌어들이고 있는데요.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는 연말 가성비 케이크 소비 수요를 반영해 4900원 미니 케이크부터 1만8800원 수준의 연말 케이크를 선보이고 있죠.
소비 양극화의 문제는 돈을 쓰는 방식과 의미가 왜곡되는 것이라고 봅니다. 과시용, 특정 계층을 겨냥한 마케팅으로 상대적 박탈감 유발하는 시장 경쟁이 주목받기보다 합리적인 소비가 가치로 인정받는 사회가 되길 바랍니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