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은행권을 들여다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이 하나 보입니다. 팔아도 남는 것이 거의 없는 실버바 판매에 주요 시중은행들이 유독 공을 들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수익성을 중시하는 은행들이 사실상 '노마진' 상품에 매달리는 모습은 얼핏 보면 상식과 어긋나 보입니다.
실버바는 은행 입장에서 당장 이익이 되는 상품이 아닙니다. 판매 과정에서 책정되는 수수료는 존재하지만, 조달비와 운송비, 보관비와 보안 비용 등을 모두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손에 쥐는 수익은 거의 없습니다. 특히 은은 금보다 부피가 크고 무거워 물류 부담이 크고, 재고 관리에 따른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업계에서 "팔수록 남는 게 없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이 실버바 판매를 쉽게 내려놓지 못하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실버바가 수익 상품이 아니라 고객 유인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실물자산 투자를 선호하는 이른바 '큰손'이라 불리는 고액 자산가 고객들에게 실버바는 여전히 매력적인 상품입니다. 은행들은 이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실버바를 사기 위해 은행을 찾는 고객들은 대체로 자산 규모가 크고 금융상품에 대한 관심도 높은 편입니다. 은행 입장에서는 실버바를 계기로 이들을 창구로 끌어들일 수만 있다면, 이후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예금 상품이나 주택담보대출은 물론 펀드와 신탁, 방카슈랑스 등 실제 수익성이 높은 상품을 제안하는 교차판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실버바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입니다. 당장의 판매 실적이나 수수료 수익보다 장기적인 고객 관계 형성과 교차판매 가능성을 보고 접근하는 전략입니다. 이자수익 의존도가 높은 은행권이 비이자이익 확대를 외치는 상황에서, 실버바는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들고 갈 수밖에 없는 카드가 된 셈입니다.
다만 이런 전략이 언제까지 유효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실버바를 찾는 고객 모두가 은행의 다음 상품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은행들이 노마진을 알면서도 실버바에 열중하는 모습은, 그만큼 기존 수익 구조가 한계에 다다랐다는 방증으로 읽힙니다. 은행들의 실버바 집착은 단순한 상품 전략이 아니라, 은행업의 고민을 그대로 드러내는 단면입니다. 업계에서도 사회적 흐름상 이자이익에만 치중하는 것보다는 투자 수수료를 받는 식으로 비이자이익 창구도 활성화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는 않다는 입장입니다.
서울 중구 한국금거래소에서 직원이 실버바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