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다인 기자] 서울서부지법 폭동 현장을 기록하기 위해 시위대와 함께 법원에 진입했던 정윤석 다큐멘터리 감독이 항소심에서도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습니다. 재판부는 정 감독의 촬영 목적은 인정하면서도, 허가 없이 청사에 들어간 행위는 위법하다고 판단해 1심 판결을 유지했습니다.
'서부지법 폭동'을 기록한 정윤석 감독이 지난 7월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무죄 탄원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서울고법 형사8부(김성수 부장판사)는 24일 오전 특수건조물침입 등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36명에 대한 선고기일을 열고, 정 감독 등 16명엔 1심과 같은 판단을 유지했습니다.
재판부는 정 감독이 시위 참가자들과 달리 촬영 목적으로 법원 안에 들어갔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다만, 법원 경내에 진입한 행위 자체가 법원 직원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했기 때문에 일반 건조물침입죄가 성립된다고 했습니다. 서부지법 직원들 입장에선 정 감독이 법원을 습격한 시위대와 어떻게 다른지 분간할 수 없었다는 겁니다.
재판부는 "표현·예술의 자유 등 헌법상 권리는 마땅히 보장돼야 하지만, 다른 사람의 권익을 침해하면서까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앞서 1월19일 새벽 서부지법이 윤석열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자 법원 앞에서 시위를 벌이던 윤씨 지지자들은 격분한 상태로 서부지법로 청사로 난입, 기물과 건물을 부수는 폭동을 일으켰습니다. 당시 현장에 있던 정 감독은 이를 촬영하려고 법원에 들어갔다가 시위대와 함께 체포돼 기소됐습니다.
지난 8월 1심 재판부는 정 감독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정 감독은 불복해 항소했으나, 검찰은 10월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징역 1년을 구형했습니다.
정 감독의 변호를 맡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 등은 항소심 선고 직후 "기록하려는 행동 자체가 형사적 처벌의 위험에 놓인다면 이는 우리 모두의 권리를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고 주장했습니다. 정 감독도 "내란을 종식하고 민주주의 회복에 기여해야 하는 사법부가 오히려 표현의 자유를 증진해야 할 책무를 외면하고 있다"며 "상고하겠다"고 했습니다.
한편, 이날 정 감독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서부지법 폭동 가담자 35명은 항소심에서도 대부분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15명은 1심이 유지됐고, 나머지 20명은 범죄 정도에 따라 감형됐습니다.
신다인 기자 shin12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