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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부동산에 수렴
입력 : 2025-12-17 오후 2:45:33
[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한때는 코인이었고, 또 한때는 주식이었습니다. 지금은 또 금이네요.
 
누군가는 "집 없이도 살(live) 수 있다"고 말했고, 누군가는 "노동보다 투자가 답"이라고 외쳤습니다. 그러나 투자 열풍이 몇 차례의 굴곡을 거친 뒤 남긴 결론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결국 돈의 종착지는 '부동산'이라는 사실입니다.
 
최근 몇 년간 국토교통부가 집계한 주택 자금조달계획서를 들여다보면, 이 흐름은 반복적으로 확인됩니다. 주택 매입 자금의 출처로 '예금·대출' 못지않게 자주 등장하는 항목이 바로 주식·가상자산 등 금융자산 처분 대금입니다.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되는 자금의 상당 부분이, 이미 한 차례 금융시장을 경유했다는 의미입니다. 코인과 주식은 더 이상 목적지가 아니라, 집을 사기 위한 경유지가 된 셈입니다.
 
이 같은 현실은 통계뿐 아니라 대중문화와 콘텐츠 소비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주식 콘텐츠와 '집 없이 세계를 떠도는 삶'으로 인기를 끌었던 부부 여행 유튜버 '유랑쓰' 사례는 상징적입니다. 이들은 정착하지 않는 삶, 부동산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를 콘텐츠의 핵심 가치로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주식 투자를 정리하고 비트코인 투자로 방향을 튼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마포 한강뷰 아파트를 매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분위기는 급변했습니다. 구독자들이 원하는 삶을 이 부부가 대신 살아준다고 믿었다가, 배신감을 느꼈다는 반응이었습니다. 구독자들은 이들을 '유랑쓰'가 아닌 '정착쓰'라고 부르며 비판했고, 결국 이 부부는 유튜브 활동을 접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특정 유튜버의 선택이 옳았느냐 그르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오히려 이 사례가 보여주는 건, 아무리 탈(脫)부동산을 외쳐도 수익의 최종 도착지는 다시 부동산으로 향한다는 현실입니다. 주식이든 코인이든, 투자 수익을 '소비'가 아닌 '자산'으로 전환하려는 순간, 한국 사회에서 선택지는 여전히 주택 하나로 압축됩니다.
 
이런 구조는 개인의 보수성만으로 설명되기 어렵습니다. 금융자산의 변동성, 세제의 불확실성, 노후 안전망의 취약성은 결국 실물자산, 그 중에서도 주택으로 사람들을 밀어 넣습니다. 주식 수익은 하루아침에 반 토막이 날 수 있고, 코인은 제도 밖에 놓여 있습니다. 반면 주택은 거주와 자산이라는 두 기능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거의 유일한 수단입니다. 불안정한 금융 환경이 오히려 부동산 선호를 강화하는 역설입니다.
 
이 과정에서 주택은 더 이상 '사는 곳'이 아니라, 투자의 종착지가 됩니다. 금융시장에 먼저 뛰어드는 이유도, 그곳에서 오래 머무르기 위해서라기보다 집을 살 수 있을 만큼의 자금을 모으기 위해섭니다. 그래서 주식·코인 투자 담론이 아무리 혁신을 외쳐도, 끝내는 부동산 얘기로 귀결됩니다. "얼마 벌어서 어디 집 샀다"는 얘기가 늘 마지막을 장식하는 이유입니다.
 
서울 한 부동산에 매매 및 전월세 매물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윤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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