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연히 제미나이의 새 광고를 봤습니다. 12월,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공개된 영상은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끼게 하면서도 웃음을 나게 했습니다.
광고 속 아빠는 아이에게 엘리베이터에서 산타를 만나 함께 찍은 사진을 보여줍니다. 이어 주차장에서는 루돌프와 썰매가 실제로 주차되어 있는 모습을 찍은 사진도 보여줍니다. 물론 이 모든 이미지는 제미나이로 생성된 합성 사진입니다.
광고는 기술을 과시하기보다 한 부모가 아이를 위해 동심을 만들어주는 순간을 포착합니다. 광고 분위기는 기술보다 따뜻함을 앞세우고 있습니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은 매년 크리스마스마다 비슷한 고민을 합니다. 아이들의 동심을 지키기 위해 미리 선물을 준비하고 선물을 몰래 머리맡에 두기도 합니다. 산타가 다녀간 흔적을 남기기 위해 정교하게 설정을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런 노력은 비단 한 가정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나사가 운영하는 산타 경로 추적 서비스가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큰 인기를 얻기도 했습니다. 한때는 산타를 실제 사진처럼 합성해주는 앱이 크리스마스 시즌에 유행했던 적도 있습니다.
아이들을 기쁘게 하기 위한 상상력은 늘 기술보다 빨리 움직여왔습니다.
이제는 몇 초면 산타가 우리 집 현관 앞에 서 있는 사진, 루돌프가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머물러 있는 영상, 크리스마스 이브에 하늘을 나는 썰매 이미지까지 만들 수 있는 시대입니다.
과거에는 '만들어낸 흔적'이 티가 나는 것이 귀엽고 사랑스러웠다면 이제 AI 시대는 부모의 상상력을 현실처럼 재현하는 AI라는 강력한 도구가 생겼습니다.
물론 AI 합성 기술은 윤리적 측면에서 여전히 논쟁이 지속되고 있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이 광고는 다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기술이 아이들의 동심을 오래 지켜줄 수 있다면 그건 어떤 의미일지를 생각해보게 합니다.
AI가 어른을 속이기 위해서는 위험하지만 아이에게 상상 속 세계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쓰인다면 이는 기술이 처음부터 품은 따뜻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예가 아닐까 싶습니다.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