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4차 발사 현장을 직접 찾았습니다.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우주를 꿈꿉니다. 만화 속 로켓, 교과서에 등장하는 행성, 지방에 내려가면 하늘을 가득 채운 별빛이 우주라는 공간을 상상하게 만들었습니다.
실제로 취재 현장에서 마주한 우주는 조금 달랐습니다. 로켓 엔진의 추력, 페어링 분리 고도, 3단 점화 시점, LCC라 불리는 발사통제센터, MDC라 불리는 발사지휘센터, 큐브 위성의 사출 각도 등 생소한 단어들이 가득했습니다.
심지어 모든 단어와 숫자와 정확한 시뮬레이션으로 구성된 세계였습니다. 꿈속에서, 상상에서 가깝게 느낀 우주는 실제로는 극도로 정밀한 기술의 층위 위에 존재하는 아주 멀리 있는 세계였습니다.
이륙 후 122.3초에 1단 분리, 230.2초에 페어링 분리, 741.2초에 목표 고도 600km 도달. 790.9초에 차세대중형위성 3호 분리. 그 모든 과정은 숫자였습니다.
그러나 현장에서 바라본 순간은 숫자 이상이었습니다. 우주로 날아가는 누리호는 밤하늘에 길게 선을 그리며 올라갔습니다. 발사대와 한참 떨어진 거리임에도 엄청난 굉음과 울림이 전해졌습니다. 그리고 4분 정도의 시간이 흐르자 육안으로 보이지 않을 만큼 높이 올라갔습니다.
산 계곡 위에서 펼쳐진 하얀 플레어, 세밀하게 튜닝된 엔진의 진동음, 실시간으로 전해지는 로켓의 상태. 그 순간만큼은 어린 시절 교과서에서 보던 우주가 조금 가까워진 순간이었습니다.
이번 누리호는 민간 중심 비중이 확대된 발사입니다. 어린 시절 상상 속으로 가깝게 느껴진 우주, 실제 현장은 생소한 단어로 너무나 멀게 느껴진 우주, 그러나 조금씩 산업, 일자리, 기업, 연구 등이 가까운 미래의 일상으로 우주를 우리에게 데려다 놓고 있습니다.
2023년 이후 2년 만에 발사된 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지난달 27일 오전 1시13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돼 18분25초 후 비행이 종료됐다. (사진=우주항공청)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