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가 부산 시대 개막을 본격화하면서 수협중앙회 본사 이전 문제가 새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정부가 해운·물류 기능과 금융·행정 거점을 부산으로 집중해 '해양수도권'을 구축하겠다는 정책 방향을 제시하면서 수협 역시 지방 이전 대상이라는 목소리가 정치권에서 커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수협은 서울에서 추진 중인 노량진 수산 클러스터 개발에 속도를 내며 방향 전환에 선을 긋는 모습입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해수부는 최근 세종청사 공식 이삿짐을 부산으로 옮기며 이전 절차에 돌입했습니다. 약 800여명 직원이 단계적으로 부산 임시청사로 이동할 예정이며, 내년부터는 해양수산 정책·사법·산업 생태계를 부산에 집적하겠다는 국가 전략이 본격 궤도에 오르게 됩니다. 관련 특별법 통과로 정책·재정 지원 근거도 마련되면서 SK해운, H-LINE해운 등 민간기업들의 동반 이전 행렬도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수협 역시 부산 이전 필요성이 제기됩니다. 정부와 국회에서는 '해양산업 집적지와 정책 기관이 분리돼 있는 비효율을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국정감사에서도 이전 필요성이 공식적으로 언급됐습니다. 특히 국회는 수협법 개정을 통해 본사 소재지 조항을 삭제하는 방향까지 논의하며 제도적 추진 환경을 정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노동진 수협중앙회장은 입장은 반대입니다. 그는 기존 수협 부지에 수산 관련 단체, 연구기관, 유통·가공 기업, 본사를 통합한 '노량진 수산 클러스터' 구축 전략을 굳건히 유지하고 있습니다. 수협은 지난해 동작구와 복합개발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최근 민간사업자 선정을 위한 자문 작업도 재개했다고 알려졌습니다. 인근 랜드마크 타워 건립 구상까지 검토할 정도로 내부 추진 동력도 강합니다.
노조와 내부 조직 분위기도 수협의 노량진 잔류 근거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금융노조 수협지부는 최근 성명을 통해 수협법 개정안은 "정치 논리에 따른 지방 이전을 가능케 하는 위험한 장치"라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도 조직 안정성, 금융 접근성, 고객 편의성 등을 이유로 부산 이전 추진을 비효율적이라며 법안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특히 노조는 "산업은행·기업은행 이전 논리와 다르지 않은 정치적 압박"이라며 반발 강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김형선 금융노조위원장은 "이전은 천문학적 예산 낭비와 인력 유출만 불러올 뿐"이라며 "지방 이전이 아니라 기능 효율화가 우선"이라고 말했습니다.
해수부의 부산 이전으로 해양 산업권 재편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수협이 끝내 부산행에 동참할지 아니면 노량진 개발 카드를 끝까지 고수할지 주목됩니다.
수협중앙회 본사. (사진=수협중앙회)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