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무엇을 보든, 듣든, 사든 '추천'이 먼저 옵니다. 넷플릭스를 켜면 이미 내가 좋아할 만한 드라마가 대기하고 있고, 유튜브는 내가 클릭할 것 같은 영상들을 끝없이 쏟아내죠. 쇼핑앱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사고 싶었던 제품이 아니라 내가 살 것 같은 제품이 먼저 등장합니다. 어느 순간 스스로 찾고 고르는 과정이 사라진 채 '추천된 취향'을 그대로 소비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것이 편리함을 넘어 일상의 선택 자체를 잠식한다는 점입니다. 알고리즘은 나의 과거 행동을 기준으로 미래의 나를 규정합니다. 새로운 취향이나 예상 밖의 선택이 끼어들 틈은 점점 좁아지는 셈이죠. 마치 반죽 틀에 쏙 들어가도록 사람의 취향을 압축해버리는 느낌입니다. 편리함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는 스스로의 선택권을 조금씩 내어줍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원래 좋아하던 게 뭐였지'라는 질문도 떠오릅니다. 추천이 너무 정확해질수록 오히려 나의 원래 취향은 흐릿해지는 까닭입니다. 선택의 자유가 아니라, 선택의 방향이 보이지 않게 유도되는 사회. 나도 모르게 알고리즘의 레일 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가끔 일부러 검색창에 생뚱맞은 키워드를 넣어보기도 합니다. 평소 보지 않던 음악을 틀어보고, 전혀 다른 장르의 책을 찾아보는 것이죠. 작은 일탈이지만, 나의 취향 주권을 되찾는 일입니다. 알고리즘이 세운 나의 모습에 갇히지 않기 위한 소소한 저항이라고 할까요.
편리함은 분명 우리의 삶을 바꾸지만, 모든 편리함이 곧 자유는 아닙니다. 때로는 추천을 잠시 끄고, 스스로 선택하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그 안에서만 잃었던 취향이 다시 모습을 드러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