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우리는 종종 '기울어진 운동장'을 체감합니다. 예를 들어 동네 가게들은 영업 허가, 위생 점검, 각종 신고 절차에 시달리지만, 대형 플랫폼 배달앱은 규제 사각지대에서 수수료만으로 오히려 동네 상권을 압도합니다. 택시 기사는 복잡한 자격과 관리 기준을 따라야 하지만, 플랫폼 기반 모빌리티 서비스는 상대적으로 덜한 규제를 받아 빠르게 점유율을 가져갑니다. 이렇게 규칙은 같아 보이지만 실제 부담은 한쪽에만 집중되고, 경쟁의 질서는 자연스레 흐트러집니다.
이런 불균형은 새로운 산업 영역에서도 반복되죠. 국내 신산업은 틀을 먼저 만들기보다 일단 뛰어들고 보자는 방식으로 성장해왔고, 그 결과 규제 설계가 뒤따르는 일이 많았습니다. 대표적으로 망이용대가 논란은 플랫폼과 통신사 간 책임 범위가 명확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장만 커진 사례입니다. 트래픽을 누가, 어떻게 부담해야 하는지 기준이 없으니 매번 충돌만 커졌습니다.
(사진=뉴시스)
쿠팡 역시 이 기울어진 운동장 위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한 신산업의 전형적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전자상거래·물류·콘텐츠까지 빠르게 확장했지만, 규제 틀 밖에서 움직인 탓에 관리·감독, 안전·보안 투자는 상대적으로 느슨했습니다. 그 결과 시장은 빨리 독점했지만, 책임과 리스크 관리에는 공백이 생겼고 이는 최근의 여러 문제로 이어졌습니다.
새로운 산업이 성장하는 건 좋지만, 운동장이 기울어진 채로 방치되면 결국 그 무질서가 소비자의 일상으로 돌아옵니다. 이제는 혁신의 속도만큼 질서와 책임도 함께 갖추는 균형이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