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초겨울 연말에 접어드는 가운데 주요 시중은행들이 금융당국의 대출 총량 규제에 따라 대출 승인을 걸어잠구고 있습니다. 그나마 열려있는 은행들은 오픈런에 창구 마비까지 이어지는 상황입니다. 매년 연말마다 같은 현상이 반복되는 가운데 대출이 급한 청년이나 신혼부부, 무주택자들은 비상입니다.
현재 주요 시중은행 대부분이 사실상 올해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실패해 연말 가계대출 창구가 상당 부분 닫힐 전망입니다. 은행들은 올해 실행분 주택 관련 대출부터 막고 있는데, 만약 수도권 집값이 진정되지 않을 경우 내년 초 새 연간 가계대출 총량 목표가 설정되더라도 쉽게 대출 문턱을 낮추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됩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은 당초 올해 금융당국에 제출한 가계대출 증가액 한도 목표 5조9493억원 대비 32.7% 초과했습니다.
금융당국은 앞서 6·27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하반기 가계대출 총량 증가 목표액을 올해 초 설정했던 규모의 약 절반으로 줄여달라고 은행권에 요청했습니다. 이에 따라 은행권은 축소된 새 수치를 제시했지만, 현재까지 불어난 가계대출 규모가 이미 그 목표치를 33% 가까이 넘어선 것입니다.
은행별로 보면 4개 은행 모두 자체 개별 목표를 초과했으며 초과율은 최대 59.5%에 달합니다. 이에 대해 시중은행들은 대출 취급 조건을 충족하고 신용점수도 높은 고객들을 그냥 돌려보낼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은행들이 민간 기업인 만큼 이윤을 늘려야 운영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연말 급전이 필요해 대출이 시급한 고객들이 피해를 본다는 점입니다. 각 은행들이 현재 비상조치로 대출 창구를 속속 닫고 있는 만큼 아예 돈을 빌릴 구멍이 막히고 있는 것입니다.
KB국민은행은 이달 22일 비대면 채널에서 올해 실행 예정인 주택 구입 자금용 주택담보대출 신규 접수를 막기 시작했습니다. 타 행에서 국민은행으로 갈아타는 타 은행 대환대출과 비대면 신용대출 상품도 같은 날 중단했습니다.
대면 창구에서도 24일부터 올해 실행분 주택 자금용 주택담보대출 접수를 하지 않습니다. 하나은행도 이날부터 올해 실행하는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신규 접수를 제한합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도 조만간 가계대출 취급 중단 행렬에 동참할 가능성이 큽니다. 대출을 중단한 은행들이 많아지면서 그나마 대출이 가능한 은행들로 수요가 몰려 창구가 마비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두 은행 모두 대출 목표 총량에 인접한 상황입니다.
이미 우리은행의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내줄 때 각 영업점 부동산 금융상품 한도를 월별 10억원으로 제한하고 있고, 신용대출은 이달 7일부터 대출 비교 플랫폼을 통한 유입을 막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제 '연말에는 대출을 받는게 불가능하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연말 전부터 대출 수요가 폭발적으로 몰린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매년 은행들이 가계대출 증가액 목표치를 제시하지만 초과해도 별 제재가 없는 상황에서 무용지물이라는 비판도 나옵니다.
현 이재명정부 체계 하에서 부동산 대출 규제 압박이 커지는 가운데 내년 가계대출 총량 조이기가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됩니다. 매년 당국과 협의 후 새해에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목표를 설정하지만 현재 부동산 규제 기조가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1월이나 2월에도 규제 완화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당국과 은행의 내년 가계대출 총량 목표가 아직 설정되지는 않았지만 올해처럼 실소유자들이 피해를 보는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급전이 필요한 이들이 은행에서 거절당해 2금융으로, 그것도 모자라 대부업체로, 불법 사채로 내몰리는 일이 없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것입니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