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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추구형 투자자
입력 : 2025-11-19 오후 2:38:31
최근 금융시장은 '안전 추구형 투자자'들에게 유례없는 시련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과거 경기 침체나 불확실성이 커지면 자연스레 자금이 몰리던 안전자산들이 이제는 더 이상 든든한 '안전지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통적인 투자 공식이 무너진 혼돈의 시대 속 안전만을 추구하는 전략은 오히려 가장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다는 냉엄한 현실이 눈앞에 다가왔습니다. 
 
전통적으로 국채, 예금, 금은 원금 보전과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의 든든한 피난처였습니다. 그러나 현대 금융시장의 복잡성과 예측 불가능성은 이러한 전통적인 공식을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연고점을 경신하던 국고채 금리가 다소 진정되고 있지만, 회사채나 공사채가 거래되는 크레디트 시장의 불안감은 지속하고 있습니다. 채권시장의 전반적인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수급 부담으로 인한 투자심리 위축이 심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채권 금리의 상승은 채권 가격 하락을 뜻하는 것으로, 국고채 값이 내려가는 주된 원인인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사실상 소멸했기 때문입니다. 
 
수요가 위축된 상황에서 공급 부담까지 시장을 짓누르고 있습니다. 정부가 내년 국고채를 올해보다 12% 늘어난 232조원 규모로 발행할 예정인 데다 대미 투자를 위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 가능성도 있어 금융권의 조달금리 상승 압력은 지속할 전망입니다. 이럴 경우 시장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고, 채권 발행이 어려워지면서 기업의 자금조달 환경이 악화에 실물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습니다. 
 
은행 예금금리가 올랐다고는 하나, 여전히 높은 물가상승률(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명목상 수익률은 높을지라도 실질 구매력은 오히려 감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안전을 위해 현금을 보유하는 것조차 인플레이션이라는 실질자산가치 하락 위험에 노출되는 딜레마를 낳았습니다. 
 
안전-위험 자산 간 상관관계도 약화하고 있습니다. 팬데믹 이후 각국 중앙은행들의 유동성 공급으로 '에브리씽 랠리'(Everything Rally)가 펼쳐지면서 금, 주식, 심지어 비트코인까지 모든 자산이 동반 상승했습니다. 이로 인해 안전자산과 위험자산 간의 전통적인 상관관계가 약화되었습니다. 금은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부각되었으나, 단기 투기적 성격이 강화되어 다른 자산과의 움직임이 복잡하게 얽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안전자산이 사라진 시대, 어떤 투자가 필요할까요. 결국 안전 추구형 투자자들은 "낮은 수익률을 감수하고서라도 원금을 지키겠다"는 전통적인 전략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냉엄한 현실에 직면했습니다. 안전만 추구하다가는 인플레이션이나 예상치 못한 시장 충격으로 인해 실질 자산가치 하락이라는 더 큰 위험에 빠질 수 있습니다. 
 
이제는 투자 성향을 재정의하고 새로운 전략을 모색할 시점입니다. 마냥 시장을 떠나 현금만 보유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자산 증식에 효과적이지 않습니다. 투자자들은 자신의 위험 감수 능력을 냉정하게 평가하고, 인플레이션을 헤지하며 장기적인 자산가치를 유지할 수 있는 능동적인 투자 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특히 다양한 자산에 분산 투자하고 전략을 다각화하는 포트폴리오 투자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습니다. 
 
금융당국과 업계 역시 이러한 투자자들을 위해 변화된 환경에 맞는 보다 명확하고 투명한 정보를 제공하고,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전통적인 '안전지대'가 사라진 지금 안전 추구형 투자자들은 단순히 원금 보전을 넘어 능동적인 리스크 관리와 현명한 자산 배분을 추구하는 투자자로 재탄생해야 합니다. 
 
사진은 하나은행 딜링룸 내부.(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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