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모태펀드 예산 삭감 가능성이 제기되자 벤처 생태계 전반에 깊은 우려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정부가 역대 최대 규모인 1.1조원의 모태펀드 출자 확대를 통해 인공지능(AI)·딥테크 분야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예고했던 만큼 업계의 실망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습니다.
모태펀드는 단순한 자금 지원을 넘어 초기 벤처기업에 민간이 쉽게 나서기 어려운 위험을 정부가 먼저 감수하며 마중물 역할을 하는 핵심 통로입니다. 모태펀드가 초기 위험을 부담하고 수익은 민간에 배분하는 구조 덕분에 금융권 등 다양한 자금이 스타트업 투자 시장으로 안정적으로 흘러들 수 있었습니다.
업계는 일부에서 제기되는 '펀드 자금이 당해 연도에 모두 소진되지 않는다'는 예산 삭감 논리가 벤처 투자의 속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주장이라고 말합니다. 벤처 투자는 펀드 결성 이후 수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집행되는 것이 글로벌 표준입니다. 투자율만을 근거로 예산을 쪼개거나 축소한다면 시장에 불확실성을 키우게 되고, 이는 곧 모태펀드 출자를 기반으로 참여하려던 민간 출자자의 발목을 잡아 펀드 결성 자체를 어렵게 만드는 악순환을 낳게 됩니다.
코로나19 이후 고금리 여파로 위축됐던 벤처 투자 시장이 올해 3분기부터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며 혁신 인재들의 도전도 다시 꿈틀대고 있습니다. 이러한 골든타임에 모태펀드 예산 축소라는 변수가 등장한다면 회복 흐름에 제동이 걸리고 미래산업을 이끌 벤처기업 육성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우려는 큽니다.
벤처업계는 혁신과 도전으로 한국 경제의 복합 위기를 돌파할 성장 동력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이 지속되려면 투자 환경의 기반이 되는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정부·국회의 지원이 필수적입니다. 업계는 우리 경제의 미래를 견인할 벤처 생태계가 흔들리지 않도록 지속 가능한 자금 지원 체계가 마련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 14일 서울 영등포구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모태펀드 정책포럼'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중소벤처기업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