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학가가 시끄럽습니다. 주요 대학에서 시험 중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부정행위가 잇따라 적발됐기 때문입니다. 수백 명이 수강하는 비대면 강의에서 학생들이 AI 도구를 사용해 답안을 작성한 정황들이 드러났습니다.
그렇지만 이번 문제의 원인을 학생들의 윤리의식 부족으로만 돌릴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AI 시대의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평가 시스템을 더 짚어야 합니다. 요즘 학생들에게 AI 활용은 이미 일상입니다. 과제 작성부터 자료 조사까지 다양한 AI 도구가 학습 과정에 깊숙이 들어와 있습니다. 그런데도 시험은 여전히 과거 방식 그대로입니다.
대학들의 준비 부족도 심각합니다. 명확한 사용 기준조차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학생들의 윤리적 판단에만 맡겨둔 셈인데요. 문제가 터진 후에야 부랴부랴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나서는 모습은 뒤늦은 대응일 뿐입니다.
또 이번에 부정행위 문제가 불거진 연세대와 고려대 수업의 수강생은 각각 600명과 1400여명입니다. 코로나19가 끝난 지 오래인데도 여전히 수백, 수천 명씩 수강하는 비대면 수업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놀라운데요. 교육의 질보다 효율을 우선한 결과입니다. 대규모 비대면 강의는 학생 개개인을 파악하기 어렵고, 부정행위 적발도 쉽지 않은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습니다. AI 부정행위가 기승을 부릴 수밖에 없는 환경을 대학 스스로 만들어놓은 것입니다.
정부는 AI 강국 건설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 대규모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계획입니다. AI가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라며 미래를 걸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인재를 키워야 할 교육 현장은 AI 시대에 어떤 교육을 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고 있습니다.
AI 시대의 부정행위 논란은 우리 교육 체계가 근본적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신호입니다. 학생들의 양심에만 기대는 방식이 아니라, AI를 전제로 한 새로운 평가 방식과 학습 환경을 재설계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