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층 비정규직이 급증하고, 이들의 임금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은 해당 계층의 소비 여력이 제한됨을 의미합니다. 고령층은 일반적으로 의료비·주거비 등 필수지출 비중이 높기 때문에 소득 불안정성이 커질수록 소비 감소 및 지출 조정이 나타날 여지가 큽니다. 이는 내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올해 고령층 비정규직이 300만명을 처음 넘었다는 조사가 나와 눈길을 끕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차이는 180만원을 넘어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큰 격차를 나타냈습니다.
국가데이터처가 '2025년 8월 경제활동인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한 결과, 지난 8월 기준 비정규직 노동자는 856만8000명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11만명 증가했습니다.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큰 규모로, 2023년 이후 2년 연속 증가세입니다.
정규직 노동자는 1384만5000명으로 16만명 늘었습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 모두 증가하면서, 임금노동자 2241만3000명 중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중은 38.2%로, 작년과 같았습니다. 이는 2019년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수치입니다. 직전 가장 높았던 해는 2021년 8월(38.4%)입니다.
연령별로는 60세 이상 비정규직이 23만3000명 증가한 304만4000명으로, 처음으로 300만명을 넘어섰습니다.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입니다. 2021년 27만명 증가 이후 4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증가세이기도 합니다.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 중 6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35.5%로, 전년 대비 2.3%p 상승했습니다.
이번 통계에서는 60세 이상을 '60~69세', '70세 이상'으로 세분화한 결과도 공개했는데, 70세 이상 비정규직은 120만5000명으로, 40대(120만4000명)와 비슷한 수준을 보였습니다.
60대는 인구 증가뿐 아니라 고용률 상승의 영향도 받은 것으로 국가데이터처는 분석했습니다. 특히 보건·사회복지업 부문에서 많이 늘었고, 정부의 직접 일자리 사업 가운데 노인 일자리 참여 비중이 높은데, 이들 대부분은 비정규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30대 비정규직도 6만6000명 증가하며 전체 비정규직의 13.3%를 차지했습니다. 반면 40대(-10만6000명), 29세 이하(-5만8000명), 50대(-2만5000명)는 감소했습니다.
산업별로는 보건사회복지업(21만명), 운수창고업(3만9000명) 등은 증가했고, 숙박음식업(-5만8000명), 건설업(-5만1000명), 도소매업(-4만1000명) 등은 감소했습니다.
내수 영향을 받는 숙박·음식업, 도소매업과 업황 부진이 이어지는 건설업 등이 비정규직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성별로는 여성이 전체 비정규직의 57.4%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최근 3개월 월평균 임금은 208만8000원으로, 작년보다 4만원 증가했습니다. 정규직 노동자는 389만6000원으로 10만원 증가했습니다. 두 집단 모두 2004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차이는 180만8000원으로, 역대 최대치입니다. 양자 간 임금 격차는 2004년(61만6000원) 이후 계속해서 벌어지는 추세입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대비 임금 비율은 53.6%로, 작년(54.0%)보다 소폭 감소했습니다.
시간제 노동자를 제외한 비정규직의 월평균 임금은 303만7000원으로, 처음으로 300만원을 돌파했습니다. 이 경우 정규직과의 임금 차이는 85만9000원으로 비정규직 임금은 정규직의 78% 수준으로, 작년과 동일하다는 것이 국가데이터처의 설명입니다.
비정규직 안에는 시간제 노동자가 상당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들은 일반 노동자보다 일하는 시간이 적어 상대적으로 임금이 낮고, 이로 인해 비정규직 전체 평균 임금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 점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입니다.
임금이 낮고 고용이 불안정한 고령층이 늘어나면, 이들의 채무 상환능력이나 자산 운용 여건이 악화될 수 있습니다. 특히 고령층이 대출이나 신용을 이용하는 경우, 채무불이행 위험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 있고 이는 금융기관의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60세 이상 인구가 일자리 재진입하거나 비정규직으로 많이 참여하면서, 연금 지급 시점과 기간이 조정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또한 낮은 임금 구조는 연금 기여액이 적다는 의미이기도 하므로 향후 연금수급액이 낮을 수 있고, 국가 복지 재정에 대한 부담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차가 180만원 이상으로 벌어진 것은 노동시장 내 이중구조가 더욱 고착화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생산성 저하, 기업의 인력관리 비용 증가, 노동시장 유연성 침식 등의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고령층 비정규직이 300만명을 넘어섰고, 정규직 대비 임금 격차가 약 180만원에 달했다는 최근 통계는 단순한 노동시장 이슈를 넘어 가계·금융·거시경제 전반의 리스크 신호로 볼 수 있습니다.
금융기관, 정책당국, 기업 모두 이 흐름을 무시할 수 없으며, 고령층의 고용 구조 개선과 함께 금융 리스크를 사전에 관리하는 체계 마련이 시급합니다.
노인들이 공원에 앉아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