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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질서 교란하는 위폐
입력 : 2025-11-17 오전 11:21:07
'돌고 돈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돈. 돈을 마음대로 찍어내는 건 다소 위험하면서도 상상만 해도 즐거운 일일 겁니다. 과거 큰 인기를 끌었던 TV 드라마 <다모>에서도 조선시대 위조 엽전 이야기가 나옵니다. 위조화폐가 나라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범죄로 다뤄졌던 걸 떠올리면, 위조화폐 유통이 금융 질서와 실물경제를 왜곡하는 사회문제라는 것을 상기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4년 반 동안 국내 은행권에서 적발된 위·변조 화폐 규모가 약 32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6월까지 국내 은행권에서 신고된 외화 위·변조 화폐는 총 3723장으로 집계됐습니다. 액수로 하면 31만7700달러(약 4억4500만원) 규모입니다. 
 
화폐 종류별로는 미국 달러화가 전체의 89%에 해당하는 28만1600달러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유로화(6600달러), 중국 위안화(4200달러), 일본 엔화(200달러) 등의 순이었습니다. 연도별로는 2021년 10만600달러에서 2022년 4만600달러로 절반 이하로 줄었다가 2023년 5만400달러, 2024년 8만7800달러로 다시 늘었습니다. 
 
올해 상반기에는 664장, 3만8300달러 규모의 위·변조 화폐가 새로 신고됐습니다. 위조 외화가 국내 유통되면, 환전 시 실제 외화 공급이 과장되거나 왜곡될 수 있습니다. 정상적인 수요 공급 기전이 흐트러지면 원·달러 환율 왜곡, 외환시장 불안정성 증폭됩니다. 
 
금융기관의 손실도 막대합니다. 위조 외화가 은행이나 외환업체로 유입돼 정식 유통망을 통해 돌면 해당 기관은 진위 판별 실패 시 손실을 떠안게 됩니다. 위조화폐 감별을 위한 추가 비용, 시스템 강화 비용 등 운영 부담이 증가하게 됩니다. 
 
화폐는 곧 국가 신뢰의 상징입니다. 위·변조 화폐가 유통되는 현실은 통화의 본질적 신뢰성 약화를 의미합니다. 국민과 외국인의 통화 수용성, 사용 의지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또한 위조 외화는 불법 자금의 세탁 경로로 악용될 수 있단 점에서 경계해야 합니다. 특히 국제 범죄 조직, 테러 조직은 정체 추적이 어려운 위조 외화를 활용할 여지가 있습니다. 예컨대 위조 달러 유입이 북한 등 특정 정권과 연결됐다는 의혹이 과거 제기된 바 있습니다. 
 
이처럼 위조 외화가 유통되면 환전 손실, 금융기관의 손해, 통화 신뢰 훼손 등 광범위한 파장이 우려됩니다. '위폐 청정국' 간판을 걸고 있는 한국에서도 외화 위·변조 위험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합니다. 금융당국과 정부가 환전 창구나 외환 취급 기관 감별 능력을 첨단화하고, 대국민 안내와 예방 교육을 강화해야 할 것입니다. 
 
위조 외화는 당장은 조용한 위협이지만, 작은 균열이 누적되면 큰 균열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대응 역량을 강화하지 않으면 화폐의 본래 기능 자체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수억 원 상당의 위조지폐를 만들어 유통하거나 사용한 일당에게 압수한 위조지폐. (사진=연합뉴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임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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