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분기 보험업계 실적이 뚜렷하게 양극화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생명보험사들은 금리 안정으로 채권을 중심으로 한 자산운용 수익이 개선되면서 순익이 늘어난 반면, 손해보험사들은 자동차보험과 장기보험 손해율 악화로 실적이 후퇴했습니다. 새로운 국제회계기준 IFRS17를 도입한 지 3년 차를 맞아 생보업계는 투자손익 중심, 손보업계는 손해율 관리 중심이라는 수익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한 2조2320억원, 한화생명 5.8% 증가한 7698억원, 교보생명 1.2% 증가한 8844억원의 누적 순익을 기록했습니다. 신한라이프는 5145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실적에 근접했고, 미래에셋생명은 134% 급증한 1638억원으로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생보사 실적 호조는 보험손익보다는 투자 성과가 견인했다고 분석됩니다. 삼성생명은 보험손익이 감소했지만 투자손익 증가로 순익 하락을 상당 부분 상쇄했고, 한화생명도 보험손익 감소에도 투자손익 흑자 전환으로 순익 개선을 이끌었습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금리 안정으로 채권 수익률이 회복됐고, 주식·대체자산 운용 수익도 개선되면서 대다수 생보사가 보험영업 손실을 투자 성과로 메우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손보사들은 자동차보험과 장기보험 중심으로 실적 부진이 포착됐습니다. 삼성화재는 전년 대비 4% 감소한 1조7836억원, 전년보다 3% 줄어든 메리츠화재 1조4511억원에 이어 전년 대비 24% 감소한 DB손해보험 1조1999억원, 같은 기간 40% 급갑한 현대해상 6341억원 등 5대 증권사 중 KB손해보험만 순익을 유지했습니다.
손해율은 보험료 대비 지급 보험금 비율로, 100%를 넘으면 적자를 의미합니다. 올해 3분기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정비·부품비 상승, 보험료 경쟁 인하, 집중호우 등 기후 리스크가 겹치며 87% 안팎의 적정 수준을 크게 웃돌았습니다.
장기보험에서도 손실계약 비중이 증가하며 보험본업 수익성에 부담이 가중됐습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보험 손해율 급등과 장기보험 손실계약 증가가 실적 악화의 핵심 요인"이라고 전했습니다.
IFRS17 도입으로 보험사의 지급보험금을 현재 금리로 환산해 계산하면서 업권별 실적 변동 요인이 달라졌습니다. 생보사는 종신·연금 등 장기 부채가 많아 금리 안정 시 채권 평가익 증가로 순익 개선 효과가 큰데 반해, 손보사는 만기가 짧고 사고율·정비비·의료비·기후재해 등 실물 비용 영향을 직접 받는 상품이 많아 금리보다는 손해율 관리가 실적을 좌우했습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새 회계 제도 시행 이후 생보와 손보의 수익 방향성이 분명히 달라졌다"며 "자산운용이든 손해율 관리든 핵심은 리스크 관리 역량"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보험사 방카슈랑스가 이뤄지는 시중은행 창구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