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손해보험이 금융당국의 경영개선권고 조치에 불복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보험사가 금융감독원의 적기시정조치에 법적 대응을 선택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금융당국의 감독 권한과 업계의 경영 자율성 사이의 긴장감이 다시 불거질 전망입니다.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롯데손해보험은 전날 임시이사회를 열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기로 의결했습니다. 앞서 지난 5일 금융당국은 롯데손보에 대해 가장 낮은 수준의 적기시정조치인 ‘경영개선권고’를 내렸습니다.
이번 조치는 롯데손보의 자본적정성 부문 평가 결과가 낮게 산정된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금감원은 롯데손보가 샤로운 제도인 자체위험·지급여력평가제도(ORSA) 도입을 유예한 점을 문제 삼아 비정형 평가 방식으로 자본적정성 부문을 4등급으로 분류했고, 이에 따라 경영개선권고 조치를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롯데손보는 이 같은 조치가 절차적·법리적으로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회사 측은 "금감원이 제시한 평가 근거가 상위 법령인 보험업법이 아닌 내부 매뉴얼에 불과하다"며 "이사회의 적법한 의결 절차를 거쳐 ORSA 도입 유예를 결정했음에도, 이를 근거로 경영개선권고를 내린 것은 위법 소지가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롯데손보 관계자는 "이사회는 숙고를 거듭한 끝에, 이번 경영개선권고로 인해 발생할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고자 법적 판단을 구하기로 했다"며 "법원의 객관적인 판단을 통해 회사의 정당성을 입증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금융당국의 적기시정조치는 보험사나 금융회사가 재무건전성 또는 경영관리 체계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단계별로 내려지는 제도적 조치입니다. △경영개선권고 △경영개선요구 △경영개선명령의 세 단계로 구분되며, 이번 조치는 그 중 가장 낮은 단계입니다.
롯데손보는 지난 2019년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이후 체질 개선과 재무구조 안정화에 힘써왔습니다. 그러나 IFRS17 및 K-ICS(신지급여력제도) 도입 등 제도 변화와 금리 변동성이 겹치면서 자본적정성 관리 부담이 커진 상황입니다.
이번 소송 제기는 금융당국과 보험업계 간 감독권 남용 논란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고 관측됩니다. 업계 일각에서는 "감독당국의 비정형 평가가 명확한 기준 없이 내려졌다면 법적 다툼의 소지가 있다"며 "향후 다른 보험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선례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한편, 롯데손보의 행정소송 제기로 최근 MG손해보험이 부실금융기관 지정에 맞서 법적 대응에 나섰던 사례가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당시 MG손보 역시 감독당국의 조치가 과도한 해석이라며 소송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롯데손보의 사례는 단순히 한 회사의 불복 절차를 넘어, 감독당국의 자율평가 제도 운용 기준을 다시 짚어보는 계기로 자리할 것"이라며 "법원의 판단 결과에 따라 향후 금융감독 실무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롯데손해보험 사옥. (사진=연합뉴스)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