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쿠팡입니다. 지난 10일 제주에서 30대 쿠팡 새벽배송 기사 A씨가 사고로 숨졌습니다. 그의 주간 노동시간은 평균 69시간, 심야근무 가산을 적용하면 83.4시간으로 파악됐습니다. 지난해 5월 과로사한 고 정슬기씨보다도 긴 시간입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A씨는 부친상을 치른 뒤 하루만 쉬고 다시 야간 배송에 투입됐습니다. 9일 밤 출근해 1차 배송을 끝낸 뒤 2차 배송을 위해 복귀하던 중 사고가 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족은 A씨가 주 6일, 집을 저녁 6시30분에 나서 12시간씩 일하는 생활을 반복해왔다고 말합니다.
이 사고로 쿠팡의 심야 노동관행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택배노조는 노동자의 건강권을 이유로 오전 0~4시 배송 제한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반면 정치권과 쿠팡노조 등에서는 새벽배송 제한이 오히려 업무 과부하를 초래한다고 반박합니다.
그러나 논의의 핵심은 배송 시간보다 구조에 있습니다. 쿠팡 물류는 야간에 물량이 집중되고, 새벽배송 시간에 맞춘 마감 압박이 강합니다. 다른 택배사와 달리 쿠팡은 오전 7시까지 배송을 해야 하는 룰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 인력은 최소로 운영되기 때문에 노동 강도는 자연히 높아집니다.
더 큰 문제는 고용 구조입니다. 쿠팡맨으로 직접고용하던 초창기와 달리, 현재는 자회사·대리점 체계로 전환되면서 배송기사 대부분이 특수고용 개인사업자가 됐습니다.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수수료는 낮아지고 물량만 늘어나는 구조가 고착화됐습니다. 쉬는 날엔 대체 인력을 구해 직접 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유급휴가도 없습니다.
이런 구조에서 새벽배송 제한만으로 과로사가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소상공인들은 새벽배송 중단 시 영업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반대하고 있지만, 그 역시 쿠팡 물류 의존도가 높아진 현재 구조에서 비롯된 문제로 보입니다.
플랫폼 기업의 간접·특수 고용을 기반으로 한 경쟁 전략이 지속되는 한, 새벽배송을 제한하든 유지하든 쿠팡 노동자의 과로 위험은 계속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고용 형태 개선, 운임 체계 정상화, 노동시간 관리 등 구조적 처우 개선 없이는 비슷한 사고가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새벽배송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넘어선, 플랫폼 노동 전체에 대한 종합적 대책이 아닐까요.
지난 5일 서울 시내의 한 쿠팡 물류센터.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