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가진 적이 없는 사람은 부동산 뉴스를 볼 때마다 마음이 무겁습니다. 저 역시 언젠가 내 집을 마련해야 할 실수요자입니다. 정부가 내놓는 부동산 정책을 볼 때마다 '이게 과연 나 같은 사람을 위한 대책일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집값을 잡겠다며 서울 전역과 수도권 핵심지를 규제지역으로 묶고, 토지거래허가제와 대출 제한을 덧씌웠다고 합니다. 표면적인 이유는 투기 방지와 시장 안정입니다. 그러나 정작 시장은 반대로 움직입니다. 규제 발표 직후 공인중개사 사무실에는 '막차라도 타야 한다'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은행 창구에는 대출이 막히기 전 자금을 확보하려는 사람들로 줄이 이어졌습니다. 집값을 누르려던 규제가 오히려 불안감을 자극해 불을 지피는 역설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결혼을 앞둔 친구들은 "이젠 정말 살 수가 없다"고 말합니다. 부모의 도움 없이 내 집을 마련하기란 더는 꿈도 꾸기 어렵습니다. 대출을 막고 거래를 제한한다고 해서 집을 필요로 하는 현실적인 수요가 사라지진 않습니다. 오히려 '살 수 없는 사람들'만 늘어날 뿐입니다. 그 사이 전셋값은 뛰고, 월세는 오릅니다. 집을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이들이 반평생 임대의 굴레에 묶이는 악순환이 이어집니다.
시중에는 돈이 넘쳐납니다. 은행 금리는 낮고, 주식이나 코인 시장은 불안합니다. 결국 그 돈은 다시 부동산으로 몰립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수요를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수요를 전환'시키는 일일 겁니다. 실수요자가 집을 살 수 있도록 공급을 늘리고, 세제와 금융정책을 현실화해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정책은 공급 대신 규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 결과 부동산은 '현금 부자들의 놀이터'로 변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10억원 이상의 현금을 가진 사람이 50만명에 달한다는 통계를 본 적이 있습니다. 이들에게 대출 규제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그들은 현금을 들고 그대로 시장에 들어오면 됩니다. 반면, 대출이 유일한 사다리인 사람들은 그 문턱조차 넘지 못합니다. 규제의 칼날이 겨누는 방향이 애초부터 잘못된 것입니다.
정책은 시장의 신뢰 위에서만 작동합니다. 그러나 지금의 부동산 정책은 피로감만 남겼습니다. 정부는 통계와 수치를 들이밀며 성공을 자평하지만, 현장의 체감은 다릅니다. 내 집 마련의 꿈은 더 멀어졌고, 규제의 공포만 짙어졌습니다.
집은 투기의 대상이 아니라 '사는 곳'입니다. 실수요자가 마음 편히 집을 사고 살 수 있는 나라, 그것이 진짜 부동산 안정 아닐까요. 규제는 칼이 아니라, 상처 입은 서민을 지켜주는 방패여야 합니다. 지금의 칼날은 너무 자주, 그리고 너무 깊게 잘못된 방향으로 휘둘러지고 있습니다.
부동산 중개소. (사진=뉴시스)